[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세월호 침몰 엿새째를 맞은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 천명하면서도 구멍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보다 선장 개인에게 우선 큰 책임이 있다는 식의 언급을 내놨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앞으로 수사 결과에서 정확하게 밝혀지겠지만 저는 반드시 단계별로 철저하게 규명해서 무책임과 부조리,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먼저 무엇보다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행위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였다"라고 비난했다.
"사건 발생 직후 선장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의 승객 탈출 지시를 즉시 따르지 않았고, 승객들에겐 제자리를 지키라고 하면서 자기들은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을 했다"는 게 이유다.
박 대통령은 "이것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기본적인 운항관리 규정도 지키지 않아 위험을 자초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재까지 나타난 것만 보더라도 이번 사고는 사고 이전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는 말로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 미숙을 탓하기보다는 사고 발생 이전의 관리 부실을 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선박의 도입, 점검, 운항 허가 과정부터 철저하게 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출항 전에 청해진해운이 운항관리실에 제출한 출항 전 점검 보고서에 적재 중량을 허위 기재했고, 화물 결박을 부실하게 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접하고 현장에 내려가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 공무원들은 어려움에 빠진 국민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줘야 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당사자들"이라며 "그러나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무원들은 그 말 자체 의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들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는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과 초동 대처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고를 보면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지키라는 지시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운항 이전부터 운항 과정, 사고 발생 이후까지 매뉴얼이 작동되지 않았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런 식이라면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정보화가 진전되고,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나"라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의 안전정책, 점검, 위기대응능력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비용과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기존의 제도와 방식을 고쳐서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거듭 "지금 국민 불신의 벽이 높다"라면서 "이번에 반드시 안전행정과 책임행정을 이뤄서 불신의 벽을 신뢰와 믿음의 벽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형 사고시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는 정확한 정보만을 발표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 발표가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엄정히 수사를 진행해서 국민들이 의혹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신속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