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은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는 통계가 있는데요. 아파트가 우리 주거형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아파트 매매값이나 전셋값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고, 그에 따라 정책도 뒤바뀌는 것이 예삿일이죠.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열리는 알뜰장터의 세금문제까지 주목을 받았는데요. 알뜰장터 등 공동수익사업에서 얻어진 수익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걷느냐 마느냐가 쟁점입니다.
알뜰장터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대표자 집단인 입주자대표회가 주민들을 대표해서 운영하는 수익사업의 일종인데요. 재활용품을 수거업체에 팔아서 생긴 수익이나 아파트 내부 광고판에 광고를 주고 얻은 광고수익도 같은 종류의 수익입니다.
그 수익이 아파트 관리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익사업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면 관리비부담이 늘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듣는 분들은 뭐 그런 곳에까지 세금을 걷느냐고 하시겠지만, 사실 이 부분은 세법에서 애초부터 과세대상으로 지정하고 세금을 걷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값비싼 아파트에 사는 부자들도 있지만, 상당수 아파트에 사는 서민들의 관리비문제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할수밖에 없고, 때문에 종교인 과세문제 처럼 진즉에 법적으로 과세할수 있지만 '감히'(?) 과세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국세청이 최근 입주자대표회의 수익사업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걷기 위해 움직였는데요. 각 아파트관리소에 공문을 보내 '사업자등록'을 하고 수익사업을 하도록 권고했다는 겁니다.
사업자등록을 해야만 세금의 부과징수가 편해지기도 하지만,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미등록가산세까지 매겨야 하는 등 과세당국의 입장에서도 걸끄럽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사업자등록 없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수익사업은 모두 미등록사업자의 불법 수익사업인 셈이죠.
흥미로운 것은 국세청이 움직임이 '시늉'에 그치고 있다는 점인데요. 아파트관리사무소에 보낸 공문에는 언제부터 시행하라는 일자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국세청도 사실상 반 강제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수익사업을 시샘하는 누군가가 국세청에 지속적으로 제보를 한다는 겁니다. 이 사람들 돈은 버는데 세금을 안낸다고 말이죠. 아마도 이웃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나 입주자대표회의 과다한 자릿값 요구에 뿔이난 분들이겠죠.
법은 있지만 집행을 못하는 이런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수익사업을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바꾸자는 입법안도 나왔습니다. 아예 면세로 돌려서 논란을 불식시키자는 거죠.
현재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일반관리비와 청소비, 경비비 등은 비과세대상으로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고 있는데요. 여기에 시설물임대사업(알뜰장터 수익), 재활용품판매 등의 수익도 면제대상으로 추가하자는 법안입니다.
그런데 국회 문턱에 대기중인 이 법안 역시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고, 사업자는 납세편리를 위해 소비자를 대신해서 신고납부하는 것인데요.
입주자대표회 수익사업의 소비자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등록한 사업자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알뜰장터에서 자릿값을 내고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사람들은 각각의 개별 사업자들이지 일반적인 소비자가 아니라는 거죠. 사업자가 또 다른 사업자에게 재화 및 용역을 공급받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면세사업자로 만들면 부가가치세의 흐름이 끊기는 것입니다.
알뜰장터에서 장사하는 장삿꾼은 다른 곳에서 물건을 떼오면서 세금계산서를 끊을수도 있는데요. 입주자대표회의 사업을 면세로 규정하면 혜택을 최종소비자가 아닌 이들 사업자가 받게 되는 것이죠.
이 법안의 상정을 위해 내용을 검토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이런 이유 때문에 세금계산서 흐름의 중단이나 중복과세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엄연히 법정 과세대상을 방치하자니 샘을 낸 다른 사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실제로 과세하자니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문제고, 그렇다고 법적으로 면세하자니 제도가 복잡한 그야말로 머리아픈 세금입니다.
과세당국의 현명한 결론이 언제쯤 나올지 궁금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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