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봄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지만 금융권에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다. 희망자에 한해 위로금을 주고 퇴직시키는 희망퇴직이라는 형태로 은행은 물론 보험사, 카드사 등의 직장인들을 옥죄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에서는 대규모 지점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 문제로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씨티은행은 올해 전체 영업점의 30%에 달하는 56개 국내 점포를 폐쇄할 예정이다. 폐쇄 예점지점 명단을 공개한 씨티은행은 내달 중순까지 점포 폐쇄를 완료할 예정이다. 점포 조정에 이어 임직원들은 600여명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측은 폐쇄되는 점포의 직원들을 재배치하겠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잉여인력'으로 분류된 이들 직원들의 절반 이상이 희망퇴직 등으로 퇴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발한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 주부터 정시출퇴근 등 내부 쟁의 행위에 돌입한 상태다. 다음주부터는 대내보고서 컨퍼런스 콜 금지, 사이버연수 및 집합연수거부 등으로 총파업에 앞서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올해 초 200명 규모의 특별퇴직을 실시했다. 중장기적으로 350개 국내 점포 가운데 25%(100여개)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나마 국내 은행들은 자연감소분 규모로 연초에 희망퇴직을 끝냈다.
신한은행은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 100여명의 희망퇴직을 완료했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임금피크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각 80여명, 200~250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농협은행은 350여명의 퇴직 절차를 마무리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은행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당수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 등으로 지점 축소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희망퇴직으로 감원하고 있지만 신청자가 목표치보다 적으면 실적으로 퇴직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된다"며 "씨티은행 사태의 결과가 하반기 은행권 구조조정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임원 20%를 줄인데 이어 최대 1000여명의 직원을 자회사 전출 등의 방법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한화생명도 20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신청을 받았다.
교보생명의 경우 조만간 인력구조 개선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희망퇴직 대상자 및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체직원의 15%(700명)까지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의 경우에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신한카드는 2010년 이후 3년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말 퇴직 신청을 받은 신한카드는 희망퇴직자의 전직과 창업을 돕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계약직을 뽑을 때는 이들을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객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영업정지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카드사들도 인원 감축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전업계 카드사 7곳의 순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가량 하락했다.
한 은행의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는 직원은 "퇴직금을 받고 나가서 자영업을 하다가 잘못됐다는 선배들의 실패담이 자주 들린다"며 "희망퇴직으로 나가기보다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티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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