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5일 LG트윈스 퓨처스(2군)팀과 경기를 치른 넥센히어로즈 2군팀인 화성히어로즈. (사진=이준혁 기자)
◇지난 5월16일 한화 2군 상대 경기를 마친 화성(넥센 2군) 선수단이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화성=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4월4일 오후, 화성시 체육시설팀 소속 공무원들은 인터넷 상에 표출된 관내 야구장 관련 기사를 보고 당황했다.
올시즌부터 화성히어로즈 홈구장으로 쓰기로 했던 화성베이스볼파크의 공사 상황에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고, 이로 인해 당초 이날 예정된 경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기사였다.
인터넷에는 화성시를 강하게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시청으로도 이날 기사 이후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화성히어로즈'는 넥센히어로즈 퓨처스(2군) 팀의 이번 시즌 명칭이다. 화성시가 올해부터 히어로즈 2군 팀에게 야구장을 제공하는 대신 2군 팀의 이름에 '화성'을 붙이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시설이 미진하니 팬들과 야구계에서 분노한 것이다. 실제로 '화성히어로즈'는 경기장 개장 경기 이후 다른 두 경기는 KT 홈구장인 수원의 성균관대학교 연습구장으로 이동해 진행했다. 구장에 기대가 컸던 야구계와 팬들의 실망이 컸다.
기자도 당초에는 화성시에 비판적 입장이었다. 손님을 불러놓고 일처리를 깔끔하게 마치지 못한 데에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방향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그렇지만 한달여간 다각도로 취재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화성시가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야구계에 '우군'이 될 수 있는 지자체를 돌아서게 만들 수 있다는 걱정도 들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화성시 입장을 들어보는 기사를 준비했다.
◇21일 현재 화성베이스볼파크 구장 주변 도로는 아직 공사 중이다. 이는 송산그린시티 공사 관련된 공사로, 화성베이스볼파크 논의 이전부터 2016년말 완공 예정이었다. 다만 화성베이스볼파크로 인해 공사 시점은 다소 앞당겨질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준혁 기자)
◇"협의·설계가 다소 늦어 완공이 지연됐지만 경기는 가능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알려진 핵심 사항은 "화성시가 넥센 히어로즈의 2군 연습구장을 지어 사용하게 하려 했지만 개막일까지 공사를 하지 못해서 구단이 (상대팀과 팬들에게)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스토마토>와 만난 화성시 관계자는 화성시가 100%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한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화성시와 히어로즈 간에 화성베이스볼파크 조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때는 지난해 9월이었고, 이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다루는 업무협약서를 교환한 시점은 그해 11월"이라며 "이후 히어로즈와 시는 구장 공사에 대한 논의를 차차 진행했다. 화성시가 먼저 건설해도 되지만 실제 사용할 히어로즈의 입장을 듣는 절차가 순리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는 히어로즈가 원하는 것은 왠만하면 해주려고 했다. 1군 야구장처럼 거액이 드는 공사도 아니고 넥센과 정말 원만한 유대관계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히어로즈는 구장 공사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야구장은 체육시설팀 공무원보다 야구단의 사람들이 잘 아는 줄 알았는데, 히어로즈는 구장관리 인원이 실무 담당자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화성시가 상대한 히어로즈 관계자는 마케팅팀 소속 직원이었다.
히어로즈 측도 이를 인정했다. 구장을 장기임대해 사용하는 형태가 아닌 시와의 일일대관 형태로 쓰기 때문에 구장관리 전담인력은 지금의 한 명으로 충분했다는 대답이었다. 더불어 공사 기간이 짧았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공사는 연말연시 무렵에 시작됐다. 건설사들이 공사를 피하는 '동절기'다. 공사 속도도 늦을 수밖에 없고, 시공품질 또한 다른 계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화성시는 준공일을 맞추고자 노력했지만 날림공사는 피하려고 했다. 건설에서 지나친 속도전은 안전문제를 낳을 수 있다.
4월4일 당일 경기 진행은 가능한 상태가 됐다. 비록 3연전에서 2·3차전은 다른 장소로 옮기긴 했지만, 1차전만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화성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대화에서 "히어로즈에 양해를 구했다. 우리와 소통한 히어로즈 측 관계자도 저간의 사정을 알기에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다. 게다가 경기는 전혀 치르지 못할 환경이 아니다. 실제 첫 날의 경기는 하지 않았냐"며 "더그아웃·화장실·관중석에 이르기까지 어차피 며칠 뒤면 (공사가) 모두 끝날 것이라 무리하면서 빨리 끝내는 경우는 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화성시청. (사진=이준혁 기자)
◇"히어로즈 측 요구는 공사에 모두 반영했다. 그런데 관중석 요구는 없었다"
화성베이스볼파크는 장기적으론 송산그린시티의 여가시설로 포함될 비봉체육공원의 일부다. 비봉체육공원은 시화호를 만든 한국수자원공사가 시와 공동으로 비용을 투자해 조성 중인 곳으로 야구장 이외에도 다양한 체육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며, 시는 퓨처스리그 정상 진행을 위해 수자원공사와의 협의 이전에 공사비용을 선투자해 야구장 건설을 추진했다.
앞서 말한대로 시는 화성베이스볼파크 공사에 히어로즈 의견을 중시했다. 히어로즈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고, 2군 구장 공사비가 1군 구장보다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했다.
실제로 화성시는 히어로즈 측이 요구했던 두꺼운 펜스 구입과 설치를 수용했다. 히어로즈가 요구한 펜스의 두께는 1군 야구장에서도 이제 설치 중인 150㎜짜리다. 현존하는 2군 야구장의 펜스 중 가장 두껍다.
화성시는 비난의 주요 사항의 하나였던 관중석 부재 문제와 관련해서 히어로즈 구단이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화성시는 히어로즈가 요구한 것은 모두 공사 중에 반영했으며, 관중석은 요구받은 적이 없단 것이다.
화성시는 관중석 문제는 히어로즈 구단과 논의한 후 설치가 결정되면 그라운드 뒤에 만들겠다고 했다. 경기와 훈련이 진행 중이기에 초기 시공에 비해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안전 공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시 진안동에 위치한 수원시환경사업소정수처리장 부지에 화성시가 지으려 하는 체육시설 관련 종합계획도. 화성시는 현재 정수처리장으로 쓰는 해당 부지에 야구장 2면을 포함한 중규모 공원 조성을 꾀한다. (사진=이준혁 기자)
◇화성시, 야구 열의 강한 젊은 도시
현재 많은 사회인야구단과 리틀야구단은 경기할 곳을 찾지 못해서 아우성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동호인에 비해 인프라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구인프라의 다수는 지자체장의 홍보에 활용하기 유리한 엘리트체육 인프라 구축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수도권은 토지 매입비용이 매우 비싸기에 구장 공사가 쉽지 않다. 서울 주변의 도시들이 소규모 야구장을 섣불리 짓지 못하는 이유다.
이에 비해 화성시는 수도권 지역에서 야구장을 짓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화성시 자체 인구가 53만명을 넘지만, 도시화가 진척된 동부 지역(동탄신도시 및 과거 태안읍 지역 등)과 달리 서부 지역은 농어촌이 많아서 토지 매입비용이 다른 도시보다는 적기 때문이다. 주변의 수원·안산 등지와 비교할 경우 10분의 1 가격에 매입 가능한 토지가 많다.
화성시의 면적은 689.48㎢로서 서울(605.25㎢)보다도 넓다.
위치도 좋다. 북으로는 안산시와 경계선을 마주하며, 동으론 수원시나 오산시와 접한다. 화성시 관내 동호인들은 물론 외지의 사용 신청도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근거다.
화성시는 야구에 대한 열의가 매우 강하다. 현재 건설 계획 중인 야구장만 13면(리틀 9면, 일반 4면)이다. 토지 상태 문제로 인해 공사가 다소 지연될 뿐 이미 기본설계를 마치고 착공을 대기 중인 곳도 있다. 동탄·병점·봉담·우정 등 권역도 꽤 다양하다.
병점(진안동)의 수원시환경사업소정수처리장 부지에 지으려고 하는 야구장은 성인 사회인용 1면과 리틀용 1면을 합산해 2면 규모다. 이 곳은 절대농림지역으로 농지 부문이 있기에 행정상 토지형질전환이 사전에 필요한 곳이다. 현재 설계도면까지 있는 해당 부지는 농림부와 규제 해제를 협의 중이지만 농림부가 반대하고 있어 착공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정읍의 부지는 서울 상암동과 같은 폐기물 매립지로서 토지의 환경 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7년까지 모두 8면의 리틀 야구장을 지을 예정으로, 경기도 서부지역 리틀야구의 메카로 변신이 기대된다.
이밖에도 화성시엔 동탄2신도시 시행사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하는 사회인용 야구장이 2면 규모로 들어선다. 화성시가 화성베이스볼파크 주변에 짓는 1개소도 있다. 이 야구장 건설 계획은 6.4지방선거와 관계가 없이 진행되는 정책사업이다. 화성베이스볼파크를 짓고 퓨처스(2군) 팀을 받아들인 화성시의 야구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화성시 비봉면 주민들은 화성베이스볼파크의 건설과 화성히어로즈(넥센히어로즈 퓨처스(2군) 야구단)의 입성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의 마무리공사 지연 때문에 일부 야구인들과 팬들의 강한 비판이 가해지며 한동안 부정적 이미지를 얻게 됐다. (사진=이준혁 기자)
◇야구장 짓는 지자체에 비판 대신 칭찬 어떨까
취재를 하며 느꼈던 점은 야구장 건설과 프로구단을 향한 협력시도에 비판보다는 축복을 하는 것이 좋지 않았으려나 하는 것이다.
일부 열성팬과 야구계 인사의 비판에 화성시나 다른 지자체가 야구장 건설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화성시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야구 인프라 건설계획에 대해 "잘한 점은 잘 했다"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직도 한국의 스포츠 인프라는 정말 많이 부족하다.
◇화성베이스볼파크 주변은 '비봉습지'로 불리는 곳으로서 호젓한 산책로로 매우 좋다. 화성시는 '화성베이스볼파크'를 비롯한 비봉체육공원 일대를 비봉습지와의 연계로 더욱 가꾸고 스포츠 관련 인프라를 추가 구축할 의지가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화성베이스볼파크 외야에서 바라본 야구장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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