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이충희기자] 현대차가 그랜저 디젤을 꺼내들었다. 쏘나타와 함께 오늘의 현대차를 있게 한 대표적 볼륨 모델로, 디젤엔진을 얹히면서 수입차의 광풍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BMW와 폭스바겐 등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산 자동차가 디젤 열풍에 힘입어 국내시장 잠식 속도를 높이자 이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그랜저를 택했다. 정면승부다. 내년 상반기에는 쏘나타까지 디젤로 재탄생한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현대차의 절박함이 깔렸다.
그랜저 디젤은 현대차가 '2014 부산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수입 세단에 정면 대응할 모델로 낙점한 하반기 최대 전략 차종이다. 부산모터쇼에서 베일을 벗긴 만큼 철저히 내수 중심의 공략 모델이다. 안방 사수에 나서는 터줏대감으로서의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디젤엔진은 가솔린 대비 값싼 연료비와 높은 연비,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숱한 장점에도 시끄러운 엔진음 탓에 정숙함을 강조하는 세단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간 시장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등 디젤엔진을 장착한 고급 수입 세단이 국내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자 현대차도 생각을 달리 했다. 가솔린 다음으로 하이브리드를 염두에 뒀지만 국내 소비자 정서에 맞지 않아 크게 패한 터라 급하게 디젤로 방향을 고쳐 잡았다.
다만 현대차 스스로 인정하는 독일산과의 기술 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됐는지는 그랜저가 답을 갖고 있었다.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현대차 그랜저 디젤.(사진=현대차)
◇디젤 답지 않은 정숙성
주행성능 : ★★★☆☆
그랜저 디젤에는 싼타페 등에서 이미 내구성 검증을 끝낸 2.2리터급 E-VGT 엔진이 탑재됐다. 최대출력은 202마력, 최대토크는 45.0kg.m이다. 국내 수입차종 베스트셀러 1위인 BMW의 520d(2.0리터 디젤엔진)가 기록한 최대 184마력, 38.8kg.m와 비교해도 수치상으로는 앞선다.
높은 토크 구현이 가능한 디젤엔진의 장점은 살렸고, 상대적으로 최대 출력이 떨어지는 단점은 보완해 비교적 우수한 제원을 완성했다. 직접 성능을 점검해 보기 위해 인천 송도 일대를 출발해 영종도까지 내달렸다. 총길이만 18km가 넘는 인천대교의 직선구간에서 최대출력을 점검했다.
◇그랜저 디젤에 탑재된 2.2리터 E-VGT 엔진.(사진=현대차)
시속 100km까지 계기판의 바늘이 민첩한 속도로 움직이며 차량은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그러나 시속 120km를 넘자 디젤엔진의 단점으로 누누히 지적돼 오던 높은 속도 구간에서의 부족한 운동성능이 조금씩 느껴졌다. 속도가 높은 구간에서의 불안한 핸들링도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연비는 공개된 제원상 14kmk/l인데, 시승코스 160km의 주행을 끝낸 뒤 계기판에 표시된 복합연비는 14.4km/l, 고속주행은 17km/l를 웃돌았다.
현대차가 시승회에 앞서 자랑했던 정숙성도 합격점이었다. 국내 대표 고급 세단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는 현대차의 세심한 노력이 돋보였다. 수십년 동안 축적된 디젤엔진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의 프리미엄 디젤 세단 못지 않은 실력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엔진룸 곳곳에 흡음재가 설치돼 있어 소음을 차단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완벽한 편의사양 갖춘 한국형 '사장님 차'
편의사양: ★★★★★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편의사양을 탑재한 차는 더 이상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LF쏘나타에서 경험해 본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기능은 잘만 사용하면 더 없이 편리한 기능이라는 점도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일정 속도, 앞차와의 간격을 세팅해 두면 차가 스스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은 물론, 간격이 줄어들면 자동으로 정지하고 재출발하는 기능까지 있어 운전 피로도를 감소시킨다.
영종도에 들어선 뒤 ASCC 기능을 켜 속도를 70km/h, 앞차와의 간격을 약 50m 정도로 설정했다. 2차선에서 저속으로 달리던 경차 뒤를 쫓자, 이내 따라잡는가 싶더니 차량 간격이 50m 이내로 줄어들자 속도를 자동으로 감속시켰다. 다시 차량 간격이 벌어지자 설정해 둔 속도를 회복해 자동으로 속도를 올렸다.
◇그랜저 디젤에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SC) 기능이 탑재됐다.(사진=뉴스토마토)
8인치 대형 모니터를 중심으로 한 대쉬보드는 한국인이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습이었다. 에어컨, 라디오 등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들만 배열해 둔 덕에 복잡하지 않고 쉽다.
네비게이션과 현대차가 자랑하는 블루링크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들은 대형 모니터에 집적시켰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 높낮이를 조절하는 자동조절장치도 사용하기 편리한 위치에 탑재했다.
◇운전석과 대쉬보드에 탑재된 편리한 기능들.(사진=뉴스토마토)
◇에어백 9개 등 다양한 안전장치 탑재..공신력 부재는 아쉬워
안정성: ★★★★☆
현대차가 자존심을 걸고 개발한 세단답게 우수한 안전장치를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신형 제네시스가 미국 평가기관으로부터 최고 안전등급을 받았던 것과 같이 아직 공신력을 얻을 만한 실험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에어백은 기본 9개가 장착이 됐다. 정면충돌을 대비해 운전석과 조수석을 위한 에어백과 전후석 사이드·커튼 에어백, 운전석 무릎 에어백 등 다양한 운전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성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그랜저 디젤에 탑재된 9개의 에어백.(사진=현대차)
시트에는 후방에서의 추돌을 대비해 충격을 저감시키는 구조를 적용했다. 이외에도 시야 사각지대 차량이나 후방에서 고속으로 접근하는 차량 등을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보하는 '후측방 경보시스템'과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을 넘어가는 경우 경보로 알려주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도 적용돼 있다.
운전 중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운전자에게 사전에 위험을 인식하도록 해 사고 발생 위험을 낮춰주는 안전한 기능이다.
◇그랜저 디젤에 탑재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과 후측방 경보 시스템.(사진=현대차)
◇520d 절반 수준 가격..최대 경쟁력
디자인·가격 : ★★★★☆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을 출시하면서 기존 그랜저 대비 전장을 10mm 늘려 차체를 키웠다. 축간거리가 2845mm로 늘고, 실내 공간도 넓혔지만 경쟁차종으로 꼽는 BMW 520d의 2968mm에 비해서는 약간 짧은 수준이다.
전·후면부에는 새로운 디자인 범퍼를 적용했다. 전체적인 외관은 날렵해 보이면서도 풍부한 볼륨감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2010년대 프리미엄 자동차 업계의 디자인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특히 벤츠나 BMW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현대차의 느낌대로 재해석됐다.
◇그랜저 디젤의 외관.(사진=뉴스토마토)
내부 인테리어는 사장님 차의 명성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고급스런 느낌의 우드(wood)가 운전석과 센터페시아, 조수석을 잇는 라인에 적용됐으며, 가죽소재로 마감된 시트는 비교적 무난하게 어울린다.
그랜저 디젤의 최대 경쟁력은 가격에서 나온다. 520d가 최대 700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 때문에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차라면, 그랜저 디젤은 절반수준인 3000만원대 중반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 중산층 이상 소비자들에게 무난한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 디젤의 실내 이미지 컷.(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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