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일용직 근로자 임금이 10년 전과 똑같다. 올라가지를 않는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인건비는 제자리라 생활이 힘들다."(이광국 구직자)
#"일한 만큼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일을 하고서도 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임금체불, 신고하려면 하루 일을 쉬고 해야할 만큼 복잡하다."(최성영 구직자)
#"위례신도시 건설현장에 나가보면 95.5%가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값 싼 외국인 노동자들만 고용하는 탓에 내국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임차진 민주노총 경기건설지부장)
17일 오전 4시50분,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어두컴컴한 이른 시간인데도 경기도 성남시의 인력시장 근로자 쉼터는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로 가득 찼다.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의 첫 현장 방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새벽 취임 이후 첫 현장방문으로 경기도 성남시의 인력시장을 찾아 건설 일자리 동향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외국인 근로자와의 일자리 경쟁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 제자리걸음인 임금, 고위험 건설현장 등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의 애환은 들끓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새벽 경기 성남시의 인력시장을 찾아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은 우선 고용의 불안정에 입을 모았다. 값 싼 임금의 외국인 근로자들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내국인 근로자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다.
임차진 민주노총 경기건설지부장은 "위례신도시 건설현장에 나가보면 95.5%가 중국인 근로자들이고 내국인 근로지들은 5%도 안 된다"면서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를 일정비율 고용하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한국인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또 제자리걸음인 임금 문제도 거론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광국 일용직 근로자는 "우리가 받는 임금은 10년 전에 받는 것과 똑같다"면서 "물가는 계속 오르고 인건비는 제자리라 생활이 힘들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인건비가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임금체불과 복잡한 신고 절차도 지적됐다. 최성영 일용직 근로자는 "일한 만큼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일을 하고도 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임금체불, 신고하려고 하면 하루 일을 쉬고 해야한다. 또 인터넷으로 신고하려면 굉장히 복잡해 포기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대한 뼈아픈 충고도 이어졌다. 박시연 인력사무소 관리자는 "많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일하고 있다"면서 "사업자 등록이 없는 사업자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180일 이상 일하고도 고용보험이 가입되지 않은 현장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0만원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더라도 고용보험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건설 근로자들의 애환을 듣고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건설근로자에 대해 임금체불 근절방안 마련, 건설기능향상 훈련 확대, 건설공제사업 활성화 등 건설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복지증진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작업현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재 고위험 건설현장 중점관리, 산재율을 반영한 종합심사낙찰제 시범 실시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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