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100일째를 맞은 24일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네 눈물을 기억하라' 추모 문화제가 개최됐다.
이지애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가수 김장훈·이승환 등 여러 문화계 인사들의 재능기부로 코너들이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시인들은 추모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가수들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피아니스트 이희아는 연주와 노래를 선보였다.
故 박성호군의 누나 박보나씨(21)는 무대에 올라 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희생자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100일이 넘도록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진실을 꼭 밝히겠다"고 말해 참가한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오후 8시 30분경 1박 2일의 도보행진에 나섰던 유가족 260여명이 행사장에 도착했다. 시민들은 유가족들이 전부 입장하기까지 5분 가량 모두 기립해 쉬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유가족들의 도보행진 뒤를 따랐던 시민들까지 문화제에 합류해 시청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유가족들을 격려하는 등 진정성이 넘쳤다.
가수를 꿈꾸었던 고 이보미양이 생전에 부른 노래를 바탕으로 '거위의 꿈'을 듀엣 형식으로 부른 가수 김장훈씨는 "일부 극소수 비정상적 사람들이 유가족들을 공격하는데 그것은 인간이 아닌 거다. 절대 상처받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아버지의 시각에서 연극인 류석이 재구성한 낭송극은 절절한 부정이 담겨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했다.
故 김동혁군의 어머니는 동혁군의 여동생과 함께 무대에 서서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故 김빛나라양 아버지인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 10명 수색에 정부가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국회의원님들 깨어나라, 청와대여 깨어나라, 국민들이여 깨어나라"를 선창해 시민들의 목소리로 "깨어나라"가 울려퍼지게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문화제의 대미를 장식한 가수 이승환은 "우린 어느 순간부터 참 불쌍한 국민이 되어 버렸다. 참으로 서글프다"고 탄식하며 공연을 선보였다.
문화제가 끝난 뒤에는 일부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이 이를 가로막아 서로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세월호 정국 100일이 지나도록 특별법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희생자들의 눈물인지 문화재 말미에는 비가 쏟아졌다.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TF 회의는 여전히 공회전만 하고 있다.
◇24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00일 추모 문화재에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이 운집해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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