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금융당국이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에 '방카슈랑스 25%룰' 도입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복합할부 문제가 시작됐던 올 3월과 비교했을 때 금융당국의 입장이 또다시 바뀌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보호 명목으로 특단의 조치인 '25%룰'이라는 카드를 뽑았지만 양측 업계의 눈치만 보다 시기를 놓친 채 과도한 규제를 도입한다 볼멘소리도 적지않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대캐피탈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기 위해 '방카슈랑스 25%룰'을 도입키 위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
25%룰은 은행의 계열사 밀어주기를 막기위해 은행지점에서 한 보험사의 상품 판매액이 전체의 25%를 넘지 않게 한 규제다. 이 규제를 적용하면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할부금융 비중을 25%이상 취급할 수 없게 돼 치명타를 입게된다.
◇현대자동차 사옥(왼쪽)과 금융감독원(오른쪽). (사진=뉴스토마토DB)
복합할부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 금감원이 상품폐지 검토를 시사하면서다. 복합할부상품 폐지는 현대자동차와 외국계 자동차 제조업체가 먼저 요구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연초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복합상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부담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첫 출시된 2010년엔 취급실적이 9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엔 4조600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에 전속시장이 없는 자동차 할부금융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4월 아주캐피탈, 하나캐피탈, BS캐피탈, JB우리캐피탈, KB캐피탈, 메리츠캐피탈 등 카드복합상품을 취급하는 6개 캐피탈사 사장단은 여신금융협회를 찾아가 폐지 반대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예상외로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관련업계에 비공개 공청회를 제안했다.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금융위원회에 합동보고를 올린다는 게 취지였다.
이를두고 당국이 개입한다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우회적인 방법을 쓴다는 비판도 있었다. 당시 금감원 담당국장은 "업계간 수익을 둔 싸움에 직접 개입하는 것보단 공청회를 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8월29일 금감원은 업계에 시정공문을 보내 "카드복합할부금융 상품의 적정 수준 가맹점 수수료율"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실상 캐피탈업계의 손을 들어주고 자동차업계와 여신업계와의 개별협상을 유도했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간의 수수료율 협상에 실패하고 중소 가맹점까지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자 금감원은 난감해졌다. 이미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와 KB국민카드의 협상결렬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특단의 조치는 '25%룰'을 뜻한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25%룰은 금융당국의 마지막 카드로 보이지만 방카 25%룰도 지나친 규제라고 비판받는 시점에서 과한 선택"이라며 "가맹점과 카드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필요이상의 개입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란이 격해질 때 마다 뒤바뀐 당국의 입장은 양측 업계에서 모두 신뢰를 잃게될 수도 있다"며 "한쪽 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규제도입은 또다른 부작용을 불러온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이 업계간의 단순한 줄다리기로 생각하다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자 부랴부랴 금융업권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도 "결국 도입이 되면 자동차 산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전반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할부금융이 자동차업계에만 적용되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금융권에서 부담해야할 비용을 산업계에 넘기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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