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100조..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고작 월 3만원
2014-12-08 15:39:30 2014-12-08 15:39:4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확정된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복지분야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박근혜정부 3년차부터는 복지분야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내년부터는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에너지바우처도 본격 시작된다.
 
그러나 에너지바우처에 대해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우처가 월 3만원에 불과해 현행 물가수준과 에너지 빈곤층의 연료비를 고려해도 턱없이 모자라서다.
 
8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에너지 빈곤층 지원 대책의 하나로 에너지바우처(Energy Voucher) 제도가 실시된다.
 
에너지바우처란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에게 전기·가스·등유 등을 통합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이나 카드를 지급하는 것으로, 비용을 보조하는 현금지원 방식이면서도 목적 이외의 용도로는 못 쓰고 에너지 구매에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현물지원의 성격도 가진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제도 시행이 검토했던 중요 국정과제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세우면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에너지바우처 지급에 5100억원을 편성했었다.
 
정부는 또 지난해 11월 전기요금을 평균 5.4% 올릴 때도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른 약 8300억원의 수입을 에너지바우처 지급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체를 드러낸 에너지바우처 예산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특히 내년에 배정된 에너지바우처 예산은 1058억원에 그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소득에서 연료비 비중이 10%를 넘는 에너지 빈곤층은 지난해 기준 약 100만명. 1058억원은 에너지 빈곤층에 가구당 10만원 밖에 못 나눠주는 돈인데, 이것도 한달이 아닌 겨울철(12월~2월) 기준이므로 월 3만이 채 안 되는 셈이다.
 
◇소득계층별 에너지 소비지출 현황(2013년 8월 기준,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1분위=소득 하위 10%, 10분위=소득 상위 10%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의 연료비가 월평균 6만원인데 월 3만원의 바우처는 생색내기"라며 "도울 사람 못 돕고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바우처 도입을 검토한 대통령직 인수위의 방안이나 기재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내용과 비교해도 에너지 빈곤층 지원규모는 대폭 줄었다.
 
인수위에서 산정한 바우처 지원대상은 소득 하우 1분위와 차상위계층 등 총 300만명이었고, 기재부는 지난해 3년간 5100억원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 모습을 드러낸 에너지바우처 계획은 원안보다 지원금과 규모가 30% 정도 축소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나 기재부에서 에너지바우처 방안을 검토할 때 지원대상을 포괄적으로 산정하고 지원액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에너지 복지 안전망을 확충에 급급해 세밀한 정책설계가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에너지 빈곤화가 갈수록 복잡·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바우처 하나만으로 에너지 저소득층의 고단한 겨울나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시민연대가 벌인 에너지 빈곤층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에너지 빈곤층의 전형적 모습은 ▲70세 이상 고령층 ▲독거 가구 ▲30년 이상된 노후주택 거주 ▲월 60만원 이하 저소득층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 보유자 ▲정보 소외계층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3개월간 10만원이지만 가구원이 5인 이상이고 난방비가 많이 들면 최대 16만5000원까지 지급할 계획"이라며 "추가로 반영해야 하는 부분은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필요할 경우 예산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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