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등재로 ‘藥價 올리기’ 현실화..제도 구멍 논란
2015-01-08 16:49:59 2015-01-09 18:28: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기존의 약품 판매를 중지한 뒤 계열사를 통해 재출시하는 방식으로 약가를 올린 사례가 현실화하면서 약가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엘 '아스피린프로텍트' 복제약인 보령제약 아스트릭스는 지난 연말로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고, 보령제약의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의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만 출시되고 있다. 
 
2007년 출시된 아스트릭스는 1정당 43원의 약가를 받은 뒤 2014년까지 동일 약가가 유지됐지만, 동일 성분 제제인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는 재출시를 통해 이보다 79% 인상된 77원의 약가를 받았다.
 
이렇게 같은 약인데도 재출시를 통해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의료계 내에서 “제도상으로 헛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보령제약)
 
보령제약은 지난해 8월부터 거래처에 공문을 송부해 제품을 교체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지난 연말까지 병의원과 약국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자회사에서 제조하는 약의 약가를 어떻게 30원이나 올려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단번에 오리지널과 같은 약값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국내 약가제도는 약가를 다시 받아도 기존 약가를 유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로 재출시해도 43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계열사를 통해 신규등재를 하면 새롭게 약가를 받을 수 있다.
 
의약품 허가에서 보령제약과 보령바이오파마는 다른 회사로 분류된다. 보령제약에 아스피린 제제가 있다고 해도 보령바이오파마와는 별개다. 보령바이오파마에는 신규 약물인 셈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보령제약과 보령바이오파마는 식약처의 업허가 번호상 다른 회사"라며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제약과 관계 없이 동일성분 치료제 중 가장 높은 약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새롭게 등재되는 약물의 약가는 동일성분 제품의 최고가와 동일가를 받는다.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가 아스피린 성분 최고가인 바이엘의 아스피린프로텍트와 동일한 77원의 약가를 받은 이유다.
 
아스트릭스는 낮은 약가 때문에 원가 압박을 받아왔다. 생산되지 않는 30~40원의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경쟁 품목들은 77원의 약가를 형성하고 있다. 아스트릭스만 저가로 공급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대로 된 약가를 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령제약만 탓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열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동일성분 허가권이 없는 파트너사를 이용하면 된다. 파트너사가 77원으로 신규허가를 받은 뒤 특정 제약사가 다시 제품을 전부 도입(위수탁)하는 것이다. 파트너사에 일부 마진을 떼주는 대신 이 제약사는 43원과 77원짜리를 제품을 모두 가지게 된다.
 
수입허가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동일성분의 제품을 수입해 신규등재 받는 방법이다. 기존 제제와 별도로 수입허가를 통해 동일성분의 허가권을 추가할 수 있다는 빈틈을 이용한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 이와 같은 방법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위수탁, 수입 등을 이용해 약가를 다시 받을 수 있는 품목을 조사한 바 있다"며 "여러가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류했지만 얼마든지 이런 식으로 약가를 올려받을 수 있고, 이를 검토하는 제약사들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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