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 해양플랜트 '줄고' 대형유조선 '늘고'
2015-01-14 14:07:11 2015-01-14 14:07:11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와 유조선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로 심해 시추 설비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반면 원유 수송과 저장을 위한 대형유조선의 수요는 늘고 있는 것.
 
이에 국내 조선사들의 걱정은 커졌다. 저가수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국에 대항해 고부가 해양플랜트 시장에 역량을 집중해왔던 국내 조선사들로서는 이 같은 현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초대형유조선의 경우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력이 인정 받고 있지만 타 선종에 비해 매출 비중과 마진율이 낮고 중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14일 글로벌 조선·해운전문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현재 약 220만DWT규모의 VLCC(초대형유조선)가 원유 저장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수주잔고의 약 7.7%에 해당하는 수준. 국제유가가 지난해 10월 이후 절반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원유 물동량이 늘어난 데다, 싼 값에 원유를 사 초대형유조선에 저장해 두려는 수요가 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건설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육상 저장시설에 비해 초대형유조선에 원유를 채워 바다에 띄워 둘 경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용선료와 금융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유가수준이면 향후 되팔아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졌다.
 
글로벌 오일메이저와 투자은행들이 대형유조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VLCC 용선료는 2010년 3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첫주 대비로 31%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용선료는 37% 하락했고, 등유 등 정제된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PC선(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역시 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형유조선의 용선료와 중고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탱커선사들의 주가도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대비 프론트라인(Frontline)은 173%, 티케이 탱커스(Teekay tankers)는 75%, 유로나브(Euronav) 주가는 20%가량 상승했다.
 
아울러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조선 발주량도 큰 폭으로 감소해 타 선종에 비해 추가 발주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VLCC 수주잔고는 선복량의 15% 미만 수준으로, 2008년 최고점 대비 6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분간 VLCC 발주량이 증가해도 공급 과잉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투기성 움직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초대형유조선의 경우 발주부터 인도까지 2년가량 걸리는데 2년 후 유가동향을 알 수 없어 실제 발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유조선의 발주가 이뤄진다 해도 국내 조선업계보다는 중국이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유조선은 우리나라 수주잔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스선,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비해 마진율이 낮아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하는 조선 3사가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
 
실제 해양플랜트 감소분을 유조선으로 상쇄하기도 벅차다. 여기에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과 경쟁할 경우 저가수주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드릴십 등 시추 관련 설비의 감소폭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난해 조선 3사는 해양 분야에서 총 115억달러를 수주해 전년 243억달러 대비 52.7%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 유류 생산 비중이 전체의 3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유가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오일메이저의 해양프로젝트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며 “오일메이저 입장에서는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면서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심해 시추를 할 필요성이 없어져 발주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소가 제작한 원유운반선의 운항 모습(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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