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한국거래소가 주당 가격이 비싼 고가주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액면분할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해당 상장사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최경수)는 20일 상장기업의 액면분할 활성화 촉진을 위한 조찬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해 상장한 제일모직과 삼성에스디에스가 1000원 이하의 낮은 액면가로 상장해 개인투자자 거래량 증가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에스디에스 등 저액면 신규상장기업의 개인투자자 거래량 비중 평균은 64.7%로 고가주(31.2%)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액면가란 주권표면에 적힌 금액으로 100원, 200원, 500원, 1000원, 2500원, 5000원 중 택할 수 있다. 액면가가 낮을 수록 유통주식수가 늘어나게 되고 자연스레 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액면가 500원 이하 저액면 주식의 비율은 코스닥시장의 경우 94.1%로 상장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유가증권시자의 경우 4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가주기업의 개인투자자 거래량 비중과 회전율은 각각 31.2%, 0.17%로 유가증권시장 전체(각각 83.7%, 0.8%) 보다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액면분할은 거래량 증가 뿐 아니라 높은 유동성을 선호하는 기관투자자의 증시 참여를 높일 수 있고 주가 상승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면분할로 주가가 상승하면 시가총액이 증가해 유상증자를 할 경우 보다 많은 자금조달이 가능하게 되는 장점도 있고 유동성이 풍부해져 주가 하락 방지의 안전판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액면분할에 대해 아직 미온적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명진 삼성전자 상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액면분할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실질적으로 계수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지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내부적으로 하자, 말자는 단계는 아니고 검토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과 네이버 등 관계자들 역시 거래소 제도를 검토해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거래소는 저유동성 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위한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먼저 시가총액 방식의 코스피지수와는 다른 주가평균방식의 한국판 다우지수를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판 다우지수는 기존의 시가총액, 매출액 이 외에도 가격수준·거래량 규모 등을 주요 편입 조건으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목선정 기준과 지수산출 방법 등 세부기준은 추가적인 연구·분석 후 결정하고 지수명칭도 신충히 검토할 계획"이라며 "올 상반기 중 개발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또 저유동성 종목에 대해 유동성 공급 의무를 부담하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를 지정해 거래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의 자발적인 거래 활성화 유도를 위해 저액면주 기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시장조성자가 지정될 수 있도록 지정요건을 설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저유동성 초고가주 기업을 유동성 위험이 있는 별도관리 대상기업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하고 유가증권시장 고가주에 대한 환산주가 순위를 공표해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고가주 순위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판 다우지수 편입과 지상조성자 수혜 적용·저유동성 고가주 중점관리 탈피를 위해 저유동성 고가주 기업의 경우 액면분할을 실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액면분할로 가격이 적정주가 수준으로 낮아지면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접근성이 용이해지고 이에 따른 유동성 증대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대상에 편입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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