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되면서 선물 회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물사들은 파생상품 규제 등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실제로 선물사들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1년 전의 68억원 대비 47억원 감소한 2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0.5%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자료제공=금감원)
7개 선물사 가운데 KR선물(56억 순손실), 현대선물(6억 순손실) 등 2곳은 작년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중 '압구정 미꾸라지'로 알려진 윤강노 대표의 KR선물은 3년 연속 지속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IDS홀딩스에 매각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 주식 시장이 장기간 박스권에 머문 가운데, 변동성이 핵심인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투자자 이탈이 선물사들의 수익 악화를 초래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금융 당국이 코스피200 옵션 거래단위를 인상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 국내 파생상품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외국인들의 거래량이 급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의 파생상품 거래량(매수·매도 합계)은 5억698만계약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 14억7676만계약, 2013년 6억5112만계약에 비해 각각 65%, 22% 저조한 수준이다.
개인 파생 투자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장내 파생상품 거래 차익에 대해 10% 양도세가 부과되는데다 작년 말부터 3000만원 이상의 예탁금을 내고 사전교육을 이수한 개인투자자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 개인들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4억3764만계약이다. 지난 2012년 10억4721만계약에서 2013년 5억434만계약으로 급감한 뒤 또 다시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A 선물사의 한 선물·옵션 영업 담당자는 "잇따른 정부의 시장 정책과 개인·외국인들의 동반 이탈로 선물사들의 전통적인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선물사들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지수를 활용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와 맞물려 증권사에 이어 선물사들도 잇따라 해외옵션 서비스 론칭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진선물은 이미 지난해 말 선물사 최초로 해외옵션 거래를 론칭했고, 현대, 우리선물 등도 현재 이를 위한 시스템 개발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선물 시장이 규제 강화로 침체되면서 선물사들이 해외 선물 쪽에 주력하기 시작했다"며 "증권사들의 ELS 물량 유치를 위해서라도 해외 옵션 거래를 셋업하는 선물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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