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직원들에게 특정 국회의원 후원회에 정치자금 2억원 상당의 기부를 강요한 농협중앙회 직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정지차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동일하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당하게 농협중앙회 직원들의 의사를 억합하는 방법으로 농림수산식품위원회소속 국회의원 후원회에 정치자금의 기부를 알선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같은 기부 알선행위에 농업협동조합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에게 농협중앙회의 입장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정치자금 기부금의 총 합계액이 2억원이 넘는 거액에 달할 뿐 아니라 후원할 대상 국회의원과 후원 인원수까지 직접 배정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을 자기 책임 하에 주도했다"며 "그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농협중앙회의 대국회 관련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짧은 생각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피고인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범행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고등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농협중앙회에서 대국회·정당 업무, 농촌 숙원사항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문씨는 지난 2009년 9월경 본부 각 부서 및 지역본부에 후원대상인 국회의원 및 후원할 직원 수를 임의로 배정한 후, '국회의원 후원 현황보고', '국회의원 정치후원금 기부내역' 등의 양식을 작성해 이를 본부 각 부서 담당자 및 각 지역본부 농정활동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각 담당자들은 당해 부서 및 지역 내에 후원금 지급대상 및 목표액을 재하달해 임직원들로 하여금 지정된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독려하고 후원에 참여할 직원들이 문씨가 배정한 각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에 후원금을 입금하는 방법 등으로 기부하게 했다. 또 기부한 직원의 명단을 '국회의원 정치후원금 기부내역'에 기재한 다음 이를 문씨에게 송부했다.
문씨는 2010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임직원들로 하여금 지정된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독려해 2009년과 2010년,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후원회에 총 2억원 상당의 정치자금 불법기부를 알선한 혐의(정치자금법위반)로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의 죄질이 불량하지만 일신의 영달이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에 문씨는 "원심이 사실을 오인하고 양형이 너무 무겁다"며 지난 1월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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