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연패의 숫자는 11에서 끝났다. KT의 첫 승 상대 팀은 넥센이 됐다.
KT 위즈는 11일 서울 목동구장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 상대 경기에서 선발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의 호투와 오랫만에 폭발한 타선에 힘입어 '6-4'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KT는 지난달 28일의 올시즌 개막일 이후 이어진 연패 기록을 '11연패'로 마치고 KBO리그(1군리그)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반면 넥센은 한때 '폭탄돌리기'로 여겨졌던 신생팀 KT의 첫 승리 제물로 기록됐다. 8회까지 득점없이 고전하다 9회초에 뒤늦게 4점을 냈지만, 역전은 무리였다.
◇옥스프링, KT의 11연패 끊는 선봉장 되다
KT의 승리의 최대 공신은 단연 선발투수였던 팀내 외국인 투수 옥스프링이다. 옥스프링은 4회까지 넥센의 강타선을 상대로 5탈삼진 무실점으로 당당하게 상대했다. 1회 2사 이후 유한준에게 좌전안타를 줬을 뿐이다.
호투를 펼치는 옥스프링에 화답하듯 KT의 타선이 슬슬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KT는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마르테의 좌전 안타와 김동명의 볼넷으로 1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고, 이때 김사연과 용덕한이 연속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에 1타점씩 안겼다. 용덕한은 이날 경기 전까지의 타율이 1할였지만 이날은 중요한 때 안타를 기록하며 점수를 만들었다.
KT는 6회초 상대의 교체투수 하영민을 공략해 3점을 냈다. 용덕한의 볼넷과 박기혁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 2루 찬스에서 이대형이 우익수 뒤쪽 펜스를 두드리는 큼지막한 3루타로 2타점을 엮었고, 신명철은 허를 찌르는 스퀴즈 번트를 통해 득점했다. KT는 7회 1사 만루 상황에 백기혁의 내야 땅볼로서 점수를 다시 1점을 내며 넥센과의 격차를 6-0까지 벌렸다.
옥스프링은 7회까지 121구를 투구하면서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5회까지 득점권까지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던 옥스프링은 6회 2사 1, 3루 위기에서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7회에는 투구수가 100구에 육박했지만 선두 이택근에게 볼넷을 줬을 뿐 후속 타자 세 명을 범타로 잡아내며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KT에게 위기는 있었다. 9회말 장시환과 이성민이 넥센에게 4점을 넥센에 내줬다. 하지만 기울어진 승부를 되돌리긴 어려웠다. 이성민이 2사 1, 3루 상황에서 임병욱을 삼진으로 잡아내 KT의 첫 승리 확정이 이뤄졌다.
경기 후 조범현 KT 감독은 "어두운 터널을 길게 지났다. 팬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셨는데, 첫 승이 늦어 죄송하다. 이번 1승을 계기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할 일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다. 모두 팀을 생각해 뭉쳐서 시즌을 치르겠다. 마지막 9회엔 '긴장 풀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 같다. 첫 승이 개인적으로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의미 있는 승리"라고 덧붙였다.
옥스프링은 "모든 투수들이 잘 던진 경기였다. 아울러 마지막에 흥분되는 경기였다"고 겸손해한 후 "팬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야구장에서 좋은 플레이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KT위즈의 2015년 3월28일~4월11일 경기 내용. (정리=이준혁 기자)
◇돌고 돌아서 12번째 경기에 승리
KT가 11일 승리할 때까지 이길 만한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결국 받아든 결과는 패배고 기다린 승리의 길은 멀었다. 어느새 '신생팀 최다 연패'의 불명예 기록은 늘었고, KT로서는 그런 기록을 써내는 팀이 자신이란 부담이 늘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올해 첫 경기는 KT가 승리할 수 있던 기회였다. 첫 경기이자 원정경기이기에 여러모로 꽤 불리했지만, KT는 5회초 8-2의 매우 큰 점수차의 리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불펜 난조가 이어졌고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29일 롯데전과 31일 삼성전은 KT가 2점차 이하의 패배를 당했다. 29일엔 2회초 2점을 내면서 2-1의 리드를 잡았지만 3·4회의 잇따른 시점으로 2-5로 역전당했고, 2점을 따라가며 재역전을 꾀했지만 추가점은 없었다. 31일엔 4회말 6-6의 팽팽한 동점 상황에 갔지만 이후 6회와 8회에 1점씩 내주며 삼성에 승리를 내줬다.
지난 7~8일 SK와 치른 원정전은 1점차 패배였다. 박세웅이 3점을 내줬던 7일 경기는 KT 타선이 10안타를 치며 SK(9안타)에 비해 안타수가 많았고 홈런도 쳤지만, '12삼진'으로 대변된 끊어지는 찬스로 SK에 졌다. 8일 경기는 선발 정대현이 실점없이 자기 역할을 했지만, 전날처럼 타선과 불펜의 문제가 겹치며 패했다.
아무리 4승6패로 11일 경기 전까지는 순위가 7위이고, 주요 타자인 서건창이 빠졌지만, 넥센은 강타선 팀이고 넥센 상대의 승리는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나 KT는 11일 경기의 넥센 선발 투수인 문성현(5이닝 4피안타 4볼넷 3탈삼진 2실점(2자책))을 흔들면서 승리에 다가갔고, 9회말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결국 승리했다.
◇4월11일, 2년 전 NC의 첫 승리일..KT는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서다
공교롭게도 '4월11일'은 2013년 1군리그에 올라온 당시의 신생팀 NC가 첫 승을 거뒀던 날이다. 2년 이후 올해의 신생팀 KT도 4월11일 이기는 방법을 알았다.
KT가 보여준 경기력은 전술한 것처럼 형편없지 않았다. 롯데와의 개막전부터 끈질겼고 삼성과 KIA, SK까지 이어지는 어려운 상대팀을 상대로 호전했다.
다만 무언가 살짝 부족했다. 선발이 잘 던지면 불펜이 무너졌고, 마운드가 든든한 상태에선 수비에서 문제가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침묵해왔던 타선은 터져야 할때 터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잔루의 수는 크게 늘었다.
그러나 11일 경기는 이전과 크게 달랐다. 선발투수 옥스프링은 호투했고 타선은 필요할 시점에 점수를 써냈다. 9회말 불펜의 4실점 부진투가 '옥의 티'다.
KT는 2013년 NC보다 늦게 발동이 걸렸다. 또한 2013년 NC에 비해 올해 KT의 전력은 부족하다. 끝내 전문가들의 KT에 대한 걱정은 안타깝지만 현실이 됐다.
하지만 이제 KT도 이겼다. 그리고 첫 승을 통해 큰 변화를 시작할 기회를 맞았다. 앞으로 KT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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