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성완종 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증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어른 손바닥 반 만한 메모장에 단 55자의 단서만을 남기고 숨졌기 때문이다. 정황은 있지만 물증이 사실상 거의 없는 셈이다.
아무리 많은 정황이 있더라도 특별수사팀으로서는 진실 규명과 함께, 혐의가 확인된 인물에 대해서는 기소 후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이끌어 내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현재로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아무런 단서가 없다.
이 때문에 주목 받는 것이 전 경남기업 부사장 윤모(56)씨다. 성 전 회장은 윤씨를 통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윤씨 자신도 부인하지 않았다. 현재 병환으로 입원 중인 윤씨는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겠다는 취지를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때문에 홍 지사는 이번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조사 대상 1순위로 전망되고 있다. 윤씨가 이번 사건의 첫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열쇠로 떠오른 인물이 경남기업 한모(50) 부사장이다. 한 부사장은 경남기업 회계팀장과 경영기획실장, 부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기업의 재무관리를 총괄해왔다. 성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자금 운용 및 분식회계 등과 관련해 전문경영인으로 지목한 사람들 가운데 한 부사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앞서 성 전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조사에서 횡령 금액 250억원 중 용처가 불명확한 32억원을 찾아냈으며, 한 부사장을 집중 추궁한 결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야 정치인들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가지고 있던 메모지 내용상 시기와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현재로서는 회계장부나 금융 내역 등 정치권으로 흘러간 경남기업의 자금에 대한 물증을 한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번 '성완종 리스트'의혹 사건의 종착역은 2011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 보다는 2012년 대선 불법정치자금 의혹이다. 특별수사팀으로서는 윤씨보다는 한 부사장이 직접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한 부사장은 특별수사팀 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도 눈독을 잔뜩 들이고 있는 인물이다. 용처불명의 횡령금액은 32억이지만 현재까지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전달했다고 밝힌 금액은 16억여원에 불과하다. 절반가량은 아직도 용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수1부는 이 돈의 행방을 한 부사장이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조만간 3차 소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경남기업 비리 사건과 관련해 "형사처벌 대상을 최소화 해 처리하는 것이 일관된 기조로 기업범죄 최종 책임자가 성 전 회장이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은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한 부사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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