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 변호사
‘제3의 성(性)’은 성 정체성에 대한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의 필요성 또는 타당성과 관련하여 논란을 일으켜왔다. 인도의 ‘히즈라’ 같이 사회적으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적 지위를 부여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동안 세계적으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 저항하고 자신들을 제3의 성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과 운동이 적지 않았다.
사회적 공감대 여부를 떠나 법적으로 제3의 성을 인정할지는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작년에 인도와 호주에서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도 있었지만 아직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구분의 법적 입장은 확고한 것 같다.
스포츠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외 모든 스포츠단체는 성적 측면에선 경기종목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할 뿐 제3의 성이라는 종목을 두진 않고 있다. 오히려 남성이냐, 여성이냐는 성별 논란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성호르몬 이상 등 생체적 요인에 의하여 여성보다는 남성에 가까운 여성 선수가 진짜(?) 여성 선수와 경쟁하는 것이 승부의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 해 국내 축구계를 시끄럽게 한 어느 여자축구 선수의 성별검사 논란의 원인 중 하나가 그러한 것이었다.
그래서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그간 승부의 공정성 보장과 함께 무분별한 성별 논란으로 선수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법적 방안을 도입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국제축구연맹(FIFA)이다. FIFA는 2011년 성별검사의 주체, 요건, 절차 등을 정한 '성별검사규정(FIFA gender verification)'을 제정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FIFA 또는 AFC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아무나 특정 선수의 성별검사를 요청할 수 없고, 선수, 연맹, 의료 책임자(medical officer)만이 FIFA 사무총장에게 성별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요청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도록 제한을 뒀다.
뿐만 아니다. 만약 근거 없거나 무책임한 요청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해당 요청자를 징계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성별검사는 산부인과 전문의, 유전학 전문가, 내분비학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패널에 의해서 이루어지도록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올림픽 대회 때마다 규정을 제정하여('IOC Regulations on Female Hyperandrogenism') 고안드로겐혈증, 즉 남성호르몬 과다 형성증 혐의가 있는 여성 선수에 대한 검사 요건, 절차, 결정 및 불복 절차 등을 정하여 성별 검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육상연맹(IAAF)도 2011년 여성 선수가 여성 종목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남성호르몬 수치(androgen levels)가 일정 기준 이하여야 한다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최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국제육상연맹의 여성 기준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CAS는 단지 남성호르몬 수치와 그로 인한 여성선수 경기력 유불리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스포츠에서 선수의 성 구별은 이젠 단순한 의학적 문제로 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종교계와 함께 성 구분에 있어서 보수적인 입장에 있는 스포츠계로서는 성 구분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허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남성 여성과 더불어 제3의 성 또는 중성이라는 성 정체성이 스포츠에서 인정받는 시대가 올지, 온다면 언제일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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