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건설업계가 건설업의 특성을 무시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구조조정이 부당하다며 이달 있을 기업 리스트 발표에 앞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반 제조업과 동일한 한계기업 선정 기준은 산업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건설기업노조는 2일 성명서를 냈고, 대한건설협회는 앞서 지난달 27일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개정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금융위, 금융감독원,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달 11일 중소기업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에는 대기업 중 재무구조가 부실해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을 지정할 방침이다. 선정 기준은 부채비율 100% 이상이면서 여신액 500억 이상인 주채무계열 가운데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2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 등이다.
건설업계는 이같은 기준이 건설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기업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건설의 경우 대부분의 주택사업은 금융권으로부터의 차입을 전제로 개시되고 대상물의 준공은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수주산업의 특성상 원가율이 좋은 공사를 다수 수주하더라도 현금흐름과 이자보상배율 등에 영향을 미칠 때 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건설업 자체가 불황인 상태에서 최근 2년 실적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별로 비중이 높은 사업군과 해외시장이 있는데 일시적인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산업인 건설업에 일반 제조업과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제대로 된 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보다는 이를 주도하는 금융당국의 편의를 위한 것 아니냐"며 "업종별 특성에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개정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핵심은 주요 사업장별 주요정보 공개와 핵심감사제(KAM)의 도입이다.
건설협회는 지난달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에 보낸 탄원서에서 "주요 사업장별로 공사진행률·충당금·미청구공사 등을 공개할 경우 공사원가 추정이 가능해진다"며 "이는 곧 원가 정보가 외국 업체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 해외 공사 수주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건설업계 조찬 간담회에서도 건설 유관기관 단체장들은 "사업장별 원가를 분기별로 공시하는 제도는 경쟁업체에게 영업비밀을 알려주라는 것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가 정보가 공개되면 해외수주의 경우 발주처가 입찰가격을 낮추는 근거자료로 사용될 것"이라며 "해외수주의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도입을 연기하거나 사업장별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주택업계 조찬 간담회에서 강호인(오른쪽 세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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