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꿈, 속도보다는 방향이 우선돼야죠"
송마리아 협동조합 달팽이쿱 상임이사
지역기반 직업체험 프로그램 '소셜멘토링'…청소년·청년·장년층 만남의 장 조성
"학업과 직업, 괴리감 줄이려면 멘토링 활동 직접 연결돼야"
2015-12-28 06:00:00 2015-12-28 06:00:00
"우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협동조합 달팽이쿱(COOP)'의 진로직업탐방 멘토링 서비스 사업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달팽이의 길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달팽이쿱의 슬로건은 '소셜멘토링 우리동네 직업체험 2.0'이다. '소셜멘토링'은 직업인들과의 지속적인 온라인 연계성을, '우리동네'는 지역 기반의 오프라인 직업체험과 탐방을, '2.0'은 지역내 집단 지성의 협동과 참여를 통한 인재 발굴을 의미한다.
 
달팽이쿱이 진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소셜멘토링' 사업은 간단하다. 각자 자신의 직업을 갖고있는 멘토들이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강좌나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의 아이템으로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멘토링하는 것이다.
 
'직보다 업찾기', '속도보다는 방향', '스펙보다 스토리 만들기', '위치나 소속보다 역량 쌓기' 등의 가치를 살리며 길 찾기 해답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 달팽이쿱의 로드맵이다.
 
지역 인재와 지역 기업, 공공기관, 사회적경제가 함께 협동을 통해 지역 사회를 살리는 풀뿌리 멘토링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협동조합 달팽이쿱(COOP)'은 청소년과 청년들의 진로와 직업탐방을 위한 '소셜멘토링' 사업을 펼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사진은 달팽이쿱을 통해 청소년들이 직업인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달팽이쿱)
 
"달팽이라는 명칭은 가수 이적의 '달팽이' 노래를 모티브로 합니다. 작은 욕조 안의 달팽이가 바다로 나가는 꿈을 꾼다는 이야기의 노래죠. 작명은 구성은 달팽이쿱 상임대표가 했습니다. 진로를 찾을 때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진로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의 이름이 '달팽이'라는 점이 다소 생소하다. 이름 탓일까. 달팽이의 행보는 그닥 빠른 편은 아니다. 2012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으며 사이트 구축, 멘토링 시범사업 등 전체 시스템 구성 위주로 공을 들여왔다.
 
대학에 출강을 막 마친 후 서울 길음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송 이사는 비슷한 꿈을 키우던 구성은 대표와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아이템은 비슷했어요. 소셜멘토링 콘텐츠를 활용한 직업탐방과 이에 대한 결과물로 인터뷰 영상 등을 제작하는 것이죠. 다만 둘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구 대표는 청년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펼치려 했다는 것이죠."
 
2013년 3월 다양한 직업인 중심의 사업자협동조합으로 부천 1호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 멘토링 분야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하게 됐다. 마침 2012년 발의된 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은 어렵지 않았다.
 
송마리아 달팽이쿱 상임이사. (사진=이철 기자)
현재 달팽이쿱의 조합원은 총 16명이며, 구 대표와 송 이사가 상임임원으로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구 대표가 큰 틀에서 계획을 세우고 정리하면 송 이사가 실무에 나가서 직접 실행하는 식이다.
 
송 이사는 설립 당시 기자 출신이던 구 대표가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직업인들의 세계를 학생들의 시각으로 직접 찾아가 궁금증을 풀어주자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고 전한다.
 
"청년 1인이 자신의 진로 계발을 위해 쓰는 돈이 연간 2000만원에 달한다고 해요. 대학 등록금을 제외하더라도 각종 학원이나 여러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런 비용을 줄여보자는 생각에서 협동조합이 시작됐습니다. 진로 계발에 대한 실질적인 강연시장은 많지만, 이런 것들로는 직접 행동으로 유발되진 않거든요."
 
달팽이쿱이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바로 '직업 탐방'이다. 멘티 학생들이 직접 직업인 멘토들을 인터뷰하는 것이다. 또 이 같은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기 위해 인터뷰 결과물을 영상으로 남겨 '콘텐츠'로 만들어줬다. 달팽이쿱은 직접 영상장비를 빌려서 학생들이 진행한 인터뷰 영상에 스토리를 입혀 재작업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
 
또 다른 중점사업 중 하나는 바로 기업 탐방이다. 청소년·청년들이 직업인들을 직접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멘토링 활동을 '직업(Job)'과 연결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저는 주로 전문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실제 대학생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학업과 실제 취업 후 직장생활과의 괴리감이었어요. 졸업생들이 찾아와서 이야기하는 게 대부분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쓸모가 없었다고 토로하더라고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달팽이쿱의 소셜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은 100여명에 달한다. 이밖에 달팽이쿱이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이들을 지도하는 멘토는 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 출신의 이영대 박사를 비롯해 300여명에 이른다. 모두 직접 참여의사를 밝힘에 따라 달팽이쿱이 DB를 확보한 인원이다.
 
달팽이쿱은 이 같은 지역별 멘토링 협동조합 지부가 활성화되면 직업탐방을 통해 지역 기업을 알리는 수단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직업체험을 통해 청년 인력의 일거리 참여와 프로젝트 활동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연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중 홍보가 필요한 업체가 있다면 청소년과 청년들이 참여해 그 기업을 탐방한다. 탐방 내용은 기업 스토리가 담긴 영상 인터뷰 형태로 제작된다. 영상과 텍스트 등의 콘텐츠는 포털기사와 탐방단 SNS 등으로 배포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청년층에게는 직업에 대한 탐색과 직업인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기업에게는 스토리 홍보 콘텐츠로 활용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홍보 기획사와 직업 멘토링을 접목한 형태다. 이미 서울 성북구의 사회적 경제기업과 일반기업 등 총 12개 기업이 참여했다.
 
달팽이쿱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활동을 원하지만 '미성년자'라는 신분 탓에 인솔자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직업에 관심있는 '청년' 대학생들이 인솔해서 기업의 '장년층'과 만나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과 청년, 장년층이 한 공간에서 소통하고 서로에게 원하는 인재상과 기업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로 지원받아 문화예술 직업 탐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역 내에서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모아 문화예술인들을 찾아 인터뷰 탐방을 진행하고 사회관계망을 넓히는데 주력했다. 탐방을 통해 영상, 웹툰, 텍스트 형태로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했다. 현재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비슷한 직업탐방 활동도 학교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어가고 있다.
 
또 '기발한 업찾기'(좋은 기업 발굴 프로젝트) 사업도 진행 중이다. 청년층과 함께 분야별로 시장조사를 하고 좋은 기업을 찾아 발굴된 업체를 대상으로 인터뷰 탐방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에서 필요한 일을 찾아 프로젝트 형태로 직접 일에 참여해보는 일종의 '공모사업'도 추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든 사업에 대해 달팽이쿱은 급하지 않게 에둘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우리나라의 빠른 문화 구조에서는 함께 모여 얘기 나누고, 보듬고, 서로 선택한 길을 응원하고, 꾸준히 자기 길을 걷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달팽이의 느린 한걸음이 가장 빠른 길이 되지 않을까 해요. 이 시대의 달팽이들이 더 이상 약자가 아닌 스스로 길을 열어가는 개척자가 되도록 공동체 틀을 만들어갈 겁니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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