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아베 정책과 꼭 같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지적…"고용안정이 장기 성장동력"
2016-01-05 16:21:03 2016-01-05 16:21:16
한국과 일본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른바 '노동개혁'은 여러 모로 닮았다. 해고를 쉽게 하고 파견을 확대하는 내용도, 노동계가 반대하고 국회에서 진통을 겪는 모습도 비슷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노동시장 구조 개편은 이해 당사자가 대립하는 민감한 주제"라며 "합의 정신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최근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일본의 노동개혁은 정규직·비정규직의 이중구조 해소와 노동시간 제도를 둘러싼 입법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집권 직후인 2013년 초 규제개혁을 성장 전략으로 내세웠다. 노동개혁도 그중 하나다. 아베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단계인 '한정 정규직'을 늘리려고 한다. 한정 정규직은 정규직과 임금은 같지만 직무 중심으로만 채용된다. 담당 부서가 없어지면 일자리도 사라지는 식이다. 해고는 그만큼 쉬워진다. 아베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파견노동 범위도 넓혔다. 보고서를 쓴 황종률 경제분석관은 "일본은 '평생직장'으로 일컬어지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한국보다 심하다"며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자구책이지만, 노동계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 반발이 크고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노동개혁은 아베 정부의 정책을 빼다박았다. 파견 범위를 늘리는 파견법 개정, 지침을 통한 해고 요건 완화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내용은 경제계가 줄기차게 요구한 것들이기도 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일 "일본의 노동시장 개혁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분석관은 "노동개혁은 고용 안정을 통해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한국의 고용보호지수는 2.17(2013년 기준)로 회원국평균인 2.29보다 낮고, 34개국 가운데 22위에 머물렀다. 그는 또 "임금피크제는 중고령층 소득만 감소시켜 내수가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동법 개악, 쉬운 해고 등은 노동자에게 재앙과 같은 제도"라며 "경제 위기의 본질은 재벌이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반칙과 특권에 뿌리 내린 낡은 경제 구조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경제 7단체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5법 직권상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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