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14세 지적장애인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대법원이 허가하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장애인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44)씨가 낸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14세의 지적장애인이고, 심리과정에서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히고 있는 사정 등을 이유로 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참여재판을 하면 성폭력처벌법 등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에 부족한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4세 지적장애인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내리자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부당하다"며 항고했고, 2심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국민참여재판법에서는 성폭력범죄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인격이나 명예 손상, 사생활에 관한 비밀의 침해, 성적 수치심, 공포감 유발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해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으면 이를 반영해 법원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폭력범죄의 유형이 다양하고, 피해자의 나이나 피해 정도도 다양해 지나치게 확장하여 해석·적용하면 사실상 성폭력범죄가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에서 배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형사소송법과 특별법으로 공판절차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활용해도 심한 2차 피해의 위험성이 있으면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사안에서는 배제결정이 합당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면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는 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원이 더욱 적극적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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