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정부의 이동통신 요금 인하 요구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이동통신 3사가 다음달부터 자율적으로 이동통신 요금 인하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요금인하 방안을 들여다보면 각 사업자마다 시장상황에 맞춰 자사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사업자간 또 다른 치열한 수싸움이 읽힌다.
이동통신 3사가 추정한 2011년 요금 인하효과는 약 2조100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0% 수준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K텔레콤의 과금방식이 10초당 18원에서 1초당 1.8원으로 바뀌는 점이다.
이순건 SKT 마케팅기획본부장은 "앞으로 10초 과금단위를 1초당 바꾸지만 (콜셋업) 이용요금 없이 전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도록 한 셈이다.
SKT는 대신 데이터 요금에서는 정액 요금제를 통해 무료데이터량을 1.5배 확대하고, 월정액료 19% 내리는 데 그쳤다.
SKT는 데이터 요금제가 비싸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데이터사용량이 많아지면 음성통화에 영향을 미친다"며 난색을 표했다. 방통위는 데이터요금제 인하를 통해 사용량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데이터서비스인 와이브로 등에 투자할 것이라 내다보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반면 KT는 데이터요금제에 적극적이다. KT는 앞으로 내놓을 애플 아이폰 등 다양한 스마트폰을 겨낭해 스마트폰 전용 종량요율(패킷당)을 2.01원에서 0.25원으로 88% 인하하고, 정액제도 용량을 2.5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KT는 이어 무선인터넷(Wi-Fi)이 되는 곳에서 3G(3세대) 이동전화를 쓰다가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는 홈FMC(Fiexd Mobile Convergence) 서비스를 요금인하 방안 전면에 내세웠다.
이충섭 KT 대외협력실 상무는 "홈FMC로 무선이 유선에 잠식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기술 혁신 결과를 요금으로 환원하는 정책"이라며, "무선데이터 요금을 88% 내리는 등 이동통신의 본질적인 경쟁을 위한 요금 할인이 중심전략"이라고 밝혔다.
2위 사업자인 KT는 숙원인 1위 탈환을 위해 자사의 이동통신 이용량 잠식 가능성이 큰 무선인터넷전화까지 요금인하 방안으로 들고나온 것이다.
극심한 가입자 쟁탈전의 후유증으로 마케팅 비용을 전부 소진해 기진맥진한 LG텔레콤은 휴대폰 구입비용 보조금을 요금으로 깎아주는 제도를 앞세워 정부의 요금인하 요구에 부응했다.
이승일 LGT 마케팅전략 담당(상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요금 인하 대책을 마련했다"며, "장기 가입자 할인과 대상을 폭넓게 해서 보조금 안받는 사람은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
장기 가입자 할인을 통해 충성도 높은 가입자 이탈을 막고, 휴대폰 보조금을 장기 요금 약정을 통해 묶어둔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데이터 요금제는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만 출시하면서 시늉만 냈을 뿐이다. LGT도 SKT와 마찬가지로 음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LGT는 3G 투자를 미루고 4G 방식은 유럽식 LTE(롱텀에볼루션)로 결정해 투자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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