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공직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골프를 치는 세상이 올까.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자들의 골프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히면서 해외 원정 골프로 인해 침체된 골프 내부시장이 활기가 띨지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공직자들의 골프 활동에 대한 인식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내에서 얼마든지 골프를 칠 수 있는데 여기서는 눈총을 받고 또 여러 가지로 마음이 불편하다"면서 "골프를 치러 국내 대신 해외로 나가니 내수만 위축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자유롭게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3년만 해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환담에서 "골프를 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그런데 바쁘셔서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며 사실상 공직자들이 골프를 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당시 발언에 대해서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고 제가 너무 바쁘니까 공직자들이 다 그렇지 않겠느냐고 곧이곧대로 생각했다"면서 "골프 치러 한 번 나가면 하루가 다 소비되는 것처럼 느껴 '바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앞으로 저도 말조심하겠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의 우려처럼 현 골프 인구 중 해외로 빠져나가 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비중이 꽤 크다. 지난해 12월 대한골프협회가 공개한 2014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한 번이라도 해외 골프 여행을 다녀온 20대 이상 인구수는 약 113만명으로 그 해 전체 골프 활동인구 약 531만명의 약 21.3%를 차지했다. 1인당 1회 지출 비용을 따져도 약 190만원에 이른다.
2014년 해외 골프 관광인구의 연간 지출 비용은 3조21억원으로 전체 골프 인구 연간 지출 비용인 25조4880억원의 약 11.7%를 차지했다. 전체 골프 인구의 연간 지출 비용과 해외 골프 관광인구 연간 지출 비용이 각각 23조976억원과 6조200억원이었던 지난 2012년보다 해외 골프 관광인구 비중이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수치다.
공직자들의 경우 모두 국외에서 골프를 치는 건 아니지만, 그간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는 국내보다 국외를 선호한 게 사실이다. 아직까진 국내엔 공직자가 골프 치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귀족 스포츠'란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 못한 골프를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가 치는 것이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탓이 크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점을 지적하며 "(공직자들이) 휴식도 취하면서 내수를 살리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으로 골프를 치면 받아들이는 국민도 좋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면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공직자들이 눈치 보며 굳이 해외에 나가서 골프를 치지 말고 내수 부흥을 위해 국내에서 골프를 치라는 주문이다. 이번 발언이 앞으로 공직자 골프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이 26일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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