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LG데이콤과 LG파워콤 유선통신사업자 합병을 추진하던 LG그룹이 LG텔레콤마저 합병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시장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LG그룹은 전격적 합병 결정 배경에 대해 "LG텔레콤의 무선가입자 기반과 강한 소매유통채널 경쟁력,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인터넷전화 등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와 우수한 네트워크가 결합한다면 향후 컨버전스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통신시장은 유난히 이동전화,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이 포함된 결합상품이 대세를 이뤘다.
특히, KT는 지난 6월 KT-KTF 합병 법인 출범이후 집전화를 포기하고 인터넷 전화와 위성방송에 IPTV까지 포함된 결합상품을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LG그룹도 LGT 이동전화를 필두로 한 결합상품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LG데이콤, 파워콤의 업무중복과 20% 이하인 이동전화 점유율로는 SKT나 KT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포화상태인 현 통신가입자 구도를 깰 수 있는 마케팅 비용, 즉 '실탄'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고 판단한 것이 이번 결정의 진짜 이유가 아니겠냐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LG 통신3사를 합병하면 매출7조대, 영업이익 9000억대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LGT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과열 마케팅을 양산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한 뒤, "무료 폰을 좋아하는 고객도 문제"라고 토로함으로써, 극심한 현금마케팅 전쟁에 대한 극심한 피로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통합에 소요될 비용 문제도 3사 통합의 급물살을 타게 한 것으로 보인다.
LG그룹도 합병추진을 공식화 하면서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유, 무선간 합병을 진지하게 검토해왔다"면서 "시너지 창출이나 합병비용 등을 고려할 때 3사를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그룹은 애초 LG데이콤과 파워콤 통합을 추진하면서 한국전력의 LG파워콤 지분 38.8%를 '통합 법인 지분 교환'으로 인수하려 했지만, 한전측의 '장부가 인수' 고집으로 벽에 부닥쳤었다.
그러던 중 LG그룹 통신기업중 가장 우량으로 꼽히는 LGT가 가세한 합병법인이라면 한전측이 '통합 법인 지분 교환'이라는 카드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3사 합병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LG그룹측은 "한전과 LG그룹간 LG파워콤 주식을 통합법인의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 중이며, 합의를 위한 막바지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전의 오너격인 지식경제부도 이에 호응하듯 9일 LG통신 3사의 합병이 이뤄진 내년초 한전의 파워콤 주식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사 통합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조직 효율화 면에서, LG데이콤과 파워콤의 경우 예정된 합병을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중복 인력이나 부서를 조정하는 작업을 거쳐왔고, LGT의 경우 무선으로 특화돼 중복 분야가 거의 없어, 실익이 거의 없어 보인다.
영업망에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3사가 다른 경쟁사의 결합상품에 대항하기 위해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이동전화 등이 포함된 TPS상품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통신업계의 고질적 과열경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LG통신 3사 합병은 유무선 통합의 거대 KT와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과의 현금동원 능력을 겨루는 마케팅 경쟁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LG통신 3사가 합병 승인을 위한 관련 절차를 신청해오면 투자계획 등을 꼼꼼히 살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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