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태양광, 배터리, 바이오 신사업의 현금 회수 시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장기 투자의 위험을 감수하고 꿋꿋이 적자를 견뎌온 기업들로서는 본격적인 수확이 기대된다.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새로운 수익창구가 절실한 시점과도 맞닿았다.
7전8기를 거친 태양광 기업들은 차츰 빛을 보고 있다. 한화가 대표적이다. 발전소, 모듈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은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해 4분기 연속 흑자기조를 지켰다. 한화케미칼도 올 1분기 폴리실리콘의 적자가 축소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92억원의 적자였던 기타사업(폴리실리콘 포함)이 889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경쟁사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도 공격투자를 해온 김승연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거뒀다는 평가다. 물론 여기에는 장남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 성격도 포함돼 있다.
업계 원가를 밑돌았던 폴리실리콘 시황이 최근 상승세를 타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방 수요 회복과 중국 업체들이 공급량을 줄인 영향이 컸다. 다만 모듈, 웨이퍼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중국 업체들이 일본과 미국 등에서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저가공세를 펼치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24일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했지만 웨이퍼 가격은 올 들어 하락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흑자 주자는 전기차 배터리가 될 전망이다. 수주 경쟁에서 앞서 있는 LG화학이 올 하반기 중대형 배터리의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도 내년 흑자가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수주가 많지 않아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중국 파트너와 공급물량을 협의하며 설비증설을 추진하는 등 성장궤도를 밟고 있다.
한화그룹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연 초 삼원계 양극재 사용 전지의 전기버스 사용 불가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최근 전기차용 전지업계 기준을 재평가하기로 했다. 모두 국내 배터리 업계에 불리한 내용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삼성SDI 등 배터리업체들과 협의회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며 “전기버스향 매출이 없지만 특수차와 물류차 관련 매출을 확대해 연간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는 조금 더 인내심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에 보통 10년 이상이 걸린다. 위탁생산(CMO)은 다르다. SK바이오텍은 이미 수익이 나는 구조다. 지난해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올해 27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394억원의 적자를 냈다.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뇌전증 신약을 2018년 출시해 매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주사를 통해 지분투자와 유상증자 등 양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또는 내후년 흑자전환이 전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등 다수의 바이오시밀러가 유럽과 미국에서 차례로 판매허가를 얻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양사의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등 그룹의 새 성장 축으로 밀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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