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당국이 이제 막 9개 금융공기업에 이식된 성과주의를 안착시키기 위해 기존에 발표했던 평가제도를 구체화하는 등 '성과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피평가자의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하고 평가메뉴얼을 구축하는 등 평가체계를 둘러싼 불신을 해소하고자 애쓰는 모양새다.
그러나 금융노조의 반응은 싸늘하다. 애초에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입된 평가방식인 데다 그 실효성도 불확실하다는 점에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제4차 금융위원장-금융 공공기관장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한 간담회'에서 성과연봉제를 금융공기업에 안착시키고 나아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이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이제 제도를 이식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평가결과 결재단계를 추가하거나 다면평가를 도입 ▲평가과정 감사 전담인력 두고 감사결과 평가자 인사에 반영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이의신청 조정 위원회 운영 ▲평가 매뉴얼 제작 및 협업노력 반영 등의 평가방식을 새롭게 공개했다.
◇금융위원회는 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임종룡 위원장(왼쪽에서 2번째) 주재로 제4차 금융
위원장-금융공공기관장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
사측의 일방적인 평가로 직원 개인이 피해를 보거나, 과당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기존 평가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9개 금융공공기관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여러가지 중요한 의지를 지닌다"며 "다음 과제로는 성과중심 문화를 금융공공기관에 안착하고 이를 전 금융권으로 확산해 금융개혁을 완수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앞으로도 평가체계 구축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9개 금융공기업이 성과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고, 이제 제대로 운영하는 일만 남은 셈"이라며 "지금까지 만들어온 평가체계를 공유하고 필요하면 추가 논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위가 주도하는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였다.
금융노조는 금융위 성과제가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오는 18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금융노동자 5만명을 포함해 총 10만명이 참여하는 금융·공공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추후 상황에 따라 9월23일 10만 금융노동자 총파업에 이어, 11월, 12월 연달아 금융권 총파업을 단행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지섭 금융노조 부장은 "금융공기관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제를 강행한 것은 불법"이라며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 대책위원회과 민변이 함께 공동으로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더민주당은 현장조사 내용을 정리해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