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다시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8일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추경편성을 통해 대량 실업 등 구조조정 국면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제 성장률을 0.25∼0.3% 포인트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추경을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 사업 위주로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추경 발표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 이후에 발표됐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추경편성이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브렉시트로 인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정부의 추경편성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한마디로 울고 싶은데 뺨을 맞은 격이다.
정부 여당은 야당에 추경에 동의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추경에 대해서는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이 돼 있다.(박근혜 대통령)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유일호 경제 부총리)”며 국회에서 빨리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추경편성은 헌법에 규정될 정도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추경은 기존의 예산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다. 편성 절차도 까다롭다. 전년도에 마련한 예산계획을 불가피한 이유로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허용되며, 국회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돼 있다.
정부는 최근에 추경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예산 편성시 향후에 예상되는 이런 저런 변수를 고려해 편성하고 예기치 못한 사태를 예상해 예비비도 편성한다, 예비비 사용도 모자라서 추경을 편성한다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나라살림살이 규모에 대해 추계를 잘못했다고 시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추경편성은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이고 박근혜 정부에서만 세 번째다. 최근 10년 동안만 보면 2006년부터 여섯 번째다. 지난 2013년에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세수결손을 메운다는 명목으로 17조3000억원, 지난해에는 메르스 사태와 가뭄 대응을 이유로 11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또한 정부가 이번에 다시 추경카드를 꺼낸 것은 새누리당 등 정치권의 요구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정부의 정책기조와는 달리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정부는 추경남발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약화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국채 발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세계 잉영금(세금 거둬들여 쓰고 남은 돈)과 초과 세수로 10조원이라는 실탄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또 추경의 목적을 성장률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획기적인 신성장 동력이 없는 한 잠재 성장률이 계속 정체되거나,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추경은 단순히 성장률 숫자를 높이기 위한 땜질 처방 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 정권이나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의 유혹을 받기 쉽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욱 그렇다. 이젠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의원들은 당리당략을 떠나 냉정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잘듣는 약도 자주 복용하면 약발이 떨어지는 법이다.
권순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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