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검찰이 의약전문지와 공모해 25억9000만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다국적 제약사를 적발해 관련자를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변철형 식품의약조사부장)은 제약업체 A사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의약전문지·학술지 발행업체 대표이사 등 총 3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수사단은 A사의 호주 지사장과 계열사 사장으로 재직 중인 전직 외국인 대표이사 2명이 관여한 정황을 확인해 소환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출석에 불응해 이들을 기소중지 처분했다.
우선 A사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의약품 판매촉진 목적으로 의약전문지를 통해 25억9000만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거래처 의사에게 제공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모(47) A사 대표는 2011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부서장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표로 근무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의사에게 2억2000만원 상당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업체의 한국지사로 1997년 설립된 A사는 지난해 매출액 4552억원을 기록해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중 2위를 차지했다.
앞서 A사는 2006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거래처 의사에게 식사 접대, 강연·자문 등 명목으로 총 71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2011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3억5000만원을 부과받았다.
특히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자 의약전문지 5개와 학술지 발행업체 1개 등에 광고비를 집행한 후, 이 업체를 통해 거래처 의사에게 좌담회, 자문료 등을 빙자한 리베이트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전문지 취재 형식을 가장해 A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5명~10명의 의사를 호텔 등으로 초대해 관련 의약품의 효능 등을 논의하도록 하고, 1인당 30만~50만원의 일명 '거마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A사에서 선정한 의사를 전문지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후 한 달에 100만원 상당의 자문위원료를 지급하거나 외국 학회 취재를 위한 객원기자로 위촉한 후 1인당 400만~700만원의 경비를 지원하는 방식도 이용됐다.
의약전문지와 학술지 발행업체는 A사의 리베이트 제공을 위한 각종 명목의 행사를 대행하고, 인건비·대행 수수료 포함 광고비 총액 대비 평균 30%~50%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A사가 의약전문지를 통해 제공하는 자문위원료, 좌담회 참가비 등 명목으로 2300만~2500만원을 받은 의사 2명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와 관련해 수사단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 의약품 약가인하, 요양급여 정지, 리베이트 수수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 리베이트 공여 A사의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수사단 관계자는 "의약품 거래질서 확립에 앞장서겠다고 한 다국적 제약사도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사례"라며 "리베이트에 대한 감시·비판 업무를 수행해야 할 의약전문지와 객관성과 공정성이 필요한 학술지 발행업체도 수익을 위해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범행 도식도. 사진/서울서부지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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