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 테이블에 어지럽게 놓인 짐 꾸러미들 사이로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참가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열정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눈빛은 살아있다.
현대차(005380)가 미래 커넥티드카 아이디어와 차세대 프로그래머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해커톤(Hackathon)' 대회 현장의 모습이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한 장소에서 끝장토론을 벌여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수집하기 위해 해커톤을 활용했다. 이번 현대차 해커톤 대회는 22일과 23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JBK컨벤션센터에서 자동차 업계 최초로 총 500여개 팀이 신청해 서류심사를 통해 37개 팀(100명)이 선발돼 열띤 경연을 펼쳤다.
현대차 '해커톤(Hackathon)' 대회에 참가한 37개 팀이 현장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영택 기자
2~3명으로 팀을 이뤄 참가한 대학생 또는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1박2일간 30시간 동안 ‘세상을 연결하라(Connect The Unconnected)’ 주제로 참신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발표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날카로운 질문이 오갈 때면 불꽃 튀는 아이디어 경쟁을 벌였다. 3~5분씩 약식 진행된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을 통해 10개팀이 선정돼 최종 3개팀이 입상했다.
이번 해커톤에 참가한 팀들은 미래 커넥티드카에 대한 서비스, 빅데이터 처리, 빅데이터 프로파일링 등 관련 아이디어뿐 아니라 이를 활용해 보행자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솔루션들이 주를 이뤘다. 영화 터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참가팀 ‘너와 나의 연결고리’는 앞차가 주행 중 사고나 장애물 등 돌발상황에 놓일 경우 뒤에 따라오는 차에 신호를 보내 위험을 알려 스스로 연쇄추돌을 방지하는 아이디어를 시연했다. 직접 만든 모형 자동차가 장애물에 부딪힐 경우 따라오던 뒤차가 급정거하면서 2차 사고를 예방했다.
참가팀 ‘보라매’는 측·후방 사고 예측단말 시스템을 선보였다. 차량의 속도와 위치, 도로환경을 데이터화해 가속도값 등을 구해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솔루션도 큰 호응을 받았다.
현대차 해커톤에 참가한 팀들이 개발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영택 기자
이날 현대차 해커톤 수상 1위팀은 스마트씽씽이(최희준·한도영·김성래)의 '아름다운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영상 인식 시스템 설계'가 차지했다. 2위 Deep connection(김승룡·최한길·박기홍)의 딥러닝을 기반 스테레오 영상을 활용한 실시간 교통상황 제공이 선정됐다. 3위 Save us(김문수·이준형·최처린)의 차량 내부 감지 시스템을 통한 차량 안전 사고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현대차 해커톤에서 우수한 결과물을 도출한 참가자에게는 소정의 상금과 인턴기회 및 채용 전형 혜택이 주어진다. 현대차는 이번 해커톤 행사를 통해 도출된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향후 커넥티드카 신규 서비스 개발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 산학협력이란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어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커넥티드카 성패는 얼마나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개발자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케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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