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바닥 수준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정유업체들과 달리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연일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며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먼저 LG화학은 지난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한 4조3643억원의 매출과 무려 75.3%나 증가한 72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모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특히 LG화학은 이러한 호조세에 힘입어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만 2조에 가까운 1조877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1조3211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호남석유화학 역시 지난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86% 증가한 1조6503억원 매출에 무려 376%나 급증한 22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오씨아이(OCI)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7% 줄었지만 지난 2분기에 비해서는 66%나 급증한 18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석유화학업체 3분기 ‘실적 잔치’에 한 몫을 해내고 있다.
이달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화석유화학도 기초유분 시황 호조로,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지난 2분기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한화석화의 3분기 영업이익을 “전분기에 비해서는 27.8%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는 38.9% 증가한 98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물론 합성고무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주원료인 부타디엔(BD) 가격 급등으로 지난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78% 감소한 369억45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치기는 했지만 이 경우를 빼면 대부분의 석유화학기업들이 지난 3분기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용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분기는 평균 환율이 달러당 1239원이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특히 석유화학제품 수출물량의 5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 중국시장의 수요가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견조했던 점도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적 잔치가 4분기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3분기까지 집중돼서 나타났고 4분기부터는 환율이 1100원대에 머물고 있는 등 환율효과도 사라져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만한 요소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경기둔화와 가스 공급 차질 등으로 지연됐던 중동 신·증설 설비의 가동이 4분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4분기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상철 LG경제연구원 화학전략실 선임연구원은 “지난 3분기 중동 신·증설물량이 대거 출회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신·증설 설비가 풀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그러나 올 4분기나 내년 상반기부터는 가스 공급이 원활해지고 이에 따라 신증설 설비가 정상 가동돼 에틸렌 규모 300만톤 물량이 신규 출회 될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들은 공급과잉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주베일 프로젝트 등 중동의 신·증설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14년 이후에는 이 같은 공급 과잉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며 지금부터 공급과잉 시대를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 물량과 겹치는 제품의 비중을 축소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등 차별화된 제품의 비중을 최대한 늘려야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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