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평화롭게 끝이 났지만, 경찰이 또다시 참가인원을 주최 측보다 현저히 적게 추산하면서 집회 규모 ‘축소하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집회 참가인원을 두고 또다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 참가인원은 주최 측 추산 95만명, 경찰 추산 26만명으로 3.5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3차 민중총궐기 당시에도 오후 7시30분을 기점으로 주최 측은 참가 인원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지만, 경찰은 26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경찰이 계속해서 집회 규모를 낮게 추산하자 서울시가 직접 나서 지하철이용객 수를 근거로 참가인원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시는 지난 13일 제3차 민중총궐기집회 당시 광화문광장 일대 12개 지하철 역사 이용객 수는 총 172만5722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 이용객 수인 71만4429명 대비 약 101만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가 집계한 지하철역은 광화문역을 비롯해 서울역, 시청역, 종각역, 종로3가역, 을지로입구역 등 12곳이다. 승차 기준으로는 49만6000여명, 하차 기준으로는 51만5000여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차 역사에서 재승차해 중복으로 집계되는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이날 집회 장소 인근 역사 이용객 수가 작년 대비 5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회 당일 도로 통제로 지하철 교통수단 분담률이 평소(39% 기준 125만 명)보다 늘어났다고 해도, 이날 100만 명 이상이 광화문 일대를 찾았다는 증거다.
경찰은 이처럼 반정부 성격의 집회 규모는 축소하는 데 반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비슷한 규모의 행사는 오히려 크게 추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광장에서 시복미사를 집전할 당시 경찰은 천주교 교황 방한위원회가 발표한 참가 인원과 비슷한 90만명(주최측 100만명)이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로에 따르면 시복미사 당시 광화문광장 일대 12개 지하철 역사 이용객수는 총 67만1338명(승차 기준 35만7785명, 하차 기준 313553)으로 평상시 이용객수과 큰 차이가 없었다.
주요 지하철역별로 승·하차 인원을 보면 ▲종로3가역(1호선) 7만664명 (승차 3만6070, 하차 3만4594) ▲종로3가역(3호선) 1만5941명 (승차 6355명 , 하차 9606명) ▲시청(1호선) 1만9171명(승차 1만3061명, 하차 6110명) ▲시청(2호선) 1만4711명(승차 9880명, 하차 4831명) 등으로 나타났다.
또 한·일월드컵 4강 독일전이 열린 지난 2002년 6월26일에도 경찰은 광화문광장 일대에 거리응원을 나선 시민 100만명 가량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이 유독 반정부 성격의 대규모 집회를 축소해서 추산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왔다가 도중에 가신 분들까지 추산하면 2배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3배까지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해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0일 오후 9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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