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삼성전자(005930)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부터 반도체 기술 특허소송에 휘말렸다.
1일 삼성전자와 카이스트에 따르면 카이스트 지식재산권 관리회사 KAIST IP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연방법원에 삼성전자 미국법인 및 글로벌파운드리(GF), 퀄컴 등 3개 기업을 상대로 반도체 기술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와 KAIST가 공동으로 보유한 반도체 기술 특허권을 무단 도용했다"며 "오랜 기간 특허 사용권 관련 계약 체결을 위해 협상 시도를 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까지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기술은 '핀펫'(FinFET)으로 불리는 초소형 트랜지스터다. 반도체 소자의 저전력·고성능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평면구조 대신 3차원 입체구조로 소자를 만드는데, 무선 단말기용 프로세서 제조 핵심기술로 꼽힌다. 이 교수가 2001년 개발했으며, 카이스트 IP가 특허권을 양도받아 관리 중이다. 미국의 인텔은 자사 제품에 핀펫 기술을 적용하고, 정식 특허 사용권 계약을 맺어 사용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핀펫 기술을 기반으로 휴대전화 반도체 칩을 제조, 제품을 내놨지만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카이스트 IP의 주장이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핀펫 개발 당시 인텔·삼성전자 등에 협약을 제안했지만, 삼성전자는 관련 기술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런데 2013년 이후 핏펫 기술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고, 이에 따른 특허 사용료 지불을 요구했으나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카이스트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맞지만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은 물론 차세대 먹거리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차량용 전자장비 등의 중추인 시스템반도체의 생산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내년 상반기까지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 TSMC 등에 밀려 영향력이 미미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특허소송까지 휘말리면서 경쟁업체들에 비해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소송은 짧아도 평균 3년이 걸릴 만큼 오래 진행돼 삼성전자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AIST IP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연방법원에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GF), 퀄컴 등 3개 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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