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끝없이 바닥을 치며 국내 정유업계를 악몽으로 몰아넣었던 원유 정제마진이 조금씩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12월 둘째주부터 3주간 싱가포르 국제시장에서 거래된 두바이유와 휘발유의 제품 스프레드(가격차이)는 2~5달러대를 오가고 있다.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휘발유 제품 스프레드가 줄곧 마이너스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한달여만에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원인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 상승폭에 연동해 제품 가격 역시 올랐고, 이 상승폭이 유가 상승폭을 웃돈 데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제마진 개선 조짐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의 4분기 석유사업 실적이 흑자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휘발유 정제마진은 개선되고 있는 반면 통상 휘발유 마진보다 큰 폭의 마진으로 정유사 수익에 대한 기여가 큰 경유 마진은 수요부진 여파로 여전히 5~7달러로대에 머물며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승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까지 정제마진이 너무 좋지 않아 최근 3주간 개선으로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4분기 석유사업 실적이 소폭 개선된다 해도 손익분기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분기 국내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악화의 영향으로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사업에서 SK에너지 1957억원, GS칼텍스 1473억원, S-OIL은 704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낸 바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4분기에도 정유업계 매출의 5~30%를 차지하는 화학사업에서의 선방이 정유사업의 부진을 상쇄해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표적인 화학제품 BTX(방향족: 벤젠·톨루엔·자일렌)가격이 하늘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벤젠 가격은 최근 톤당 970달러를 넘어서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톨루엔과 자일렌 역시 각각 850달러, 890달러를 넘으며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납사 가격은 700달러대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BTX가격은 급등하면서 납사 가격 상승폭을 웃돌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자원개발 등에 투자하는 것은 정유업계의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그러나 단기적으로 보면 정유사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화학사업 비중을 늘리는 것이 단기 수익개선에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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