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완화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올랐다.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전하지만 기업의 사금고화가 우려된다며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은산분리는 국회에서 은행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야권의 재벌 개혁에 대한 입장에 따라 다른 대안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전해철 의원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원칙인가? 족쇄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의 핵심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주도해 경영할 수 있도록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를 4%로 제한한 현행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날 토론회는 사금고화를 우려한 반대 의견과 금융산업 혁신을 위해 인정해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축은행 사태를 사례로 들며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업의 사금고화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 입장을 내비췄다.
전 교수는 "ICT업체가 보유한 정보 활용을 위해 기업들을 은행의 대주주로 허용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며 "핀테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은행업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핀테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유물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도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주주가 되는 ICT 기업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감한다"며 "엄격한 차단벽을 설정하고 감독을 철저히 해도 차명 거래 등 법망을 벗어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입장도 여전하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은 "인터넷 은행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원칙은 유지하고 인터넷 은행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해 창의적인 IT기업이 대주주로서 핵심 기술과 자본을 주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대주주의 사금고화 우려 등을 차단하기 위해 대주주 신용공여를 제한 또는 금지하거나, 대주주 발행지분 취득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은산분리는 중요한 원칙이지만 한 자도 고칠 수 없는 금과옥조가 아니다"라며 "30년 넘은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잠재력을 지닌 인터넷전문은행을 시도도 안 해보고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산업 내 '메기' 역할을 하려면 IT기업 등이 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대주주와 거래 규제는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찬반 의견에 대해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은 신속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보유 문제는 출범 이후 경영 성패를 위해 첫 단추를 꿰는 전제조건"이라며 "공식 출범과 운영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는 상황에서 국회와 금융당국이 조속한 해법 마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은산분리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쟁점 사안이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국정농단 사태로 재별 개혁에 대한 이슈가 커지는 움직임에 따라 다른 대안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전해철 의원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원칙인가? 족쇄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학영의원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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