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저희가 어찌 알겠어요. 하지만 국민으로서 여전히 세월호에 관심 갖고 있고, 끝까지 함께 할 거라는 마음 전해드리고 싶어요."
침몰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를 지켜본 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어하고 있을 유가족들을 걱정했다. 하루 만에 끝날 인양이 왜 이렇게까지 늦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시민들의 분향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곳에서 밤낮을 보냈던 피해자·유족들 대부분은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분향소를 방문한 시민 박영선(45·여)씨는 "인양이 안될 거다. 안될거다 했는데, 하루 만에 됐다"며 "자식 3명을 키우는 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본인들 가족이라면 그렇게 인양을 미뤘겠느냐.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남의 일 보듯 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분들은 가슴에 묻는 걸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세살된 아들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최혜영(35·여)씨는 "세월호가 왜 이제야 올라왔는지, 인양을 지켜보면서 참담하기만 했다"며 "시기적으로 박근혜 정권이 끝나자마자 인양되는 것도 그렇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세월호가 인양된 사진을 보고 분향소에 왔다는 계기훈(46)씨는 “세월호 인양이 왜 3년이나 걸렸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얼마나 조직적으로 방해가 있었으면 이제야 올라왔겠나. 하루속히 세월호 미수습자 9명 모두 가족의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이제는 세월호 인양을 넘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경선(53·여)씨는 “하루빨리 진상조사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 세월호는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인규명부터 철저하게 다시 시작하고, 동시에 세월호 같은 참사가 또 일어난다면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재난 대응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으로 출국 전 분향소를 방문했다는 정세진(42)씨는 "유가족들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상규명을 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세월호 인양도 정치적 쇼맨쉽으로 비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유가족들에게 한번 더 상처를 주는 일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유가족분들에게 누가 될 수 있을까 봐 조심스럽지만 저 역시 유가족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세월호 인양을 간절히 기다려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앞으로의 진상규명 과정 역시 응원하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광화문광장 한편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권희정(45·여)씨는 "인양이 되고 나서 확실히 어제보다는 오늘 많은 분들이 오셨다"며 "정확하지는 않지만 평소보다 2배 정도 더 오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분향소에서 최혜영(35·여)씨가 아이와 함께 분향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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