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행수요 증가와 우호적 환율, 저유가 등을 바탕으로 연간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럼에도 높은 부채비율과 유가 및 환율 변동성, 심화되는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필요성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에 양사는 항공우주사업과 호텔, 항공정비사업(MRO) 등에 힘을 실어왔다. 하지만 사업 특성상 장기 투자가 필요해, 매출 기여도 측면에서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0% 출자회사인 한진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을 통해 지난 2011년 3월부터 미국 LA에 위치한 윌셔그랜드호텔 재개발을 진행해온 대한항공은 연내 호텔 영업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호텔사업 매출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항공운송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호텔·리무진사업을 통해 전체 매출의 0.4%인 약 470억원을 거뒀다.
항공우주사업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1970년대 항공기 제조산업에 진출한 이후 군용기와 무인기,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개발 등 다양한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지난 2월 도입을 시작한 신형 첨단 항공기 B787-9에도 5가지 핵심부품을 자체적으로 공급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항공우주사업 매출은 8988억5000여만원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7.6%가량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술집약적 사업 특성상 단기적으로 괄목할 만한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긴 어렵다.
업계 경쟁 격화 속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새 먹거리 발굴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중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신규 사업 특성상 가시적 성과는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각 사
경쟁사인 대한항공에 비해 단조로운 사업구조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8월 1년6개월여의 고심 끝에 청주 MRO 단지 조성사업을 포기했다. 경영정상화 작업이 한창이던 터라,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과 함께 낮은 수익성 등이 사업 철회의 이유로 작동했다.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지난해 금호터미널 지분 전량을 매각하며 육상운송 부문도 접은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모처럼의 사업 다각화에 대한 기회를 놓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는 어느 기업이나 직면한 숙제이자 고민"이라며 "특히 국내 대형 항공사는 부채비율이 높아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은 만큼 과감한 집중투자보다는 기존 사업 경쟁력 제고를 통한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중장기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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