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자율주행차, 미래 도시를 열대어 떼처럼 누빈다"
‘넥스트 모바일: 자율주행혁명’ 호드 립슨·멜바 컬만 지음|박세연 옮김|더퀘스트 펴냄
로봇으로 진화 중인 무인자동차…15년 후 미래 시장 뒤바꿀 게임체인저
2017-05-11 08:00:00 2017-05-11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가까운 미래엔 무인자동차가 무리를 지어 도로 위를 유영할 것이다. 보행자로 가득한 도심 거리를 안전하게 헤쳐나가고, 길게 뻗은 텅 빈 고속도로에서 우아한 형태로 대열을 지어 이동하게 된다. 순간적으로 회전하면서도 서로 부딪히지 않는 모습은 마치 한 몸처럼 헤엄치는 열대어 떼와 같을 것이다.
 
호드 립슨 미 컬럼비아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혁신기술 분야 파워블로거인 멜바 컬만이 그린 15~20년 후 자동차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자동차들은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운전 능력을 체득하며 거리를 활보하게 된다. 덕분에 인류는 운전대를 쥘 필요 없이 여가, 일 등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운전대로부터의 해방, 그것은 바로 ‘완전 자율주행’의 세계다.
 
두 사람은 신간 ‘넥스트 모바일: 자율주행혁명’에서 이러한 세상이 단지 환상에 머물러 있는 단계가 아님을 증명한다. 자율 주행차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 자료부터 최근 산업동향, 사회구조 등을 두루 훑으며 무인차의 상용화 가능성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저자들은 책의 서두에서 오늘날 무인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 등의 혁신적인 기술들이 자동차 내외부로 스며들면서 ‘기계 학습’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변화는 2012년 등장한 소프트웨어 ‘딥 러닝’으로부터 시작됐다. 수천장의 이미지를 인간 정도의 수준으로 정확하게 분류하는 이 기술은 기계에 인간 못지 않은 ‘시각’을 달아주게 됐다. 구글은 2014년 자동차에 이를 삽입해 브레이크와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개념을 만들어 냈고 이후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은 실리콘밸리와 디트로이트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아직까지 간단한 접촉사고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적 준비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글로벌 조사기관에 따르면 오는 2020~2021년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자동차들이 실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고 2030~2035년쯤에는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립슨 교수는 “구글이 무인 자동차 기술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보여준 이후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본격적인 자율주행 로봇으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컴퓨터 칩의 성능이 기하급수적 속도로 발전하는 무어의 법칙을 반영하듯 무인차의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는 신뢰성 있고, 강력하고, 경제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이렇게 발달하게 될 자율주행을 향후 미래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로 서술하는데 집중한다. 우선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대대적으로 바뀌는 데서 시작한다. 일정하고 신속한 차량 패턴에 의해 시공간에 대한 인류의 개념이 바뀌면서 장거리 출퇴근,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
 
교통 사고 감소, 체증 해소로 인한 환경오염 해결, 주차 시설을 친화적 공간으로 만드는 건축 혁신 등도 기대요소다. 또 지하철이나 버스를 대신할 무인택시의 대중화, 여기에 설치될 이동식 사무실과 엔터테이너 시스템은 인류의 업무, 여가 시간 증대에 막대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자들은 “자율주행 개념은 단순히 이동수단만 바꾸는 것이 아닌 기존의 경제, 사회 질서를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주거, 직업활동, 여가시간에 대한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긍정적 요인과 함께 이들은 부정적 영향도 충분히 짚어준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인차로 사라지게 될 미래 일자리들이다. 트럭과 택시 운전사부터 자동차 관련 산업의 일자리들의 전반적 감소를 예상한다. 도로 교통 위반이 사라지며 발생할 세수의 감소, 해킹과 같은 사이버 공격의 심각성 무인차 내부의 음주, 도박, 마약 등 불법적 행위의 문제 등도 이들이 지적하는 주된 혼란 요인들이다.
 
두 저자는 “무인차의 출현으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산업 전반을 파괴하고 인간 운전자들을 쓸모 없는 존재로 만들며 빈부 격차를 심각하게 만드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무인차로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양질의 고용 기회가 창출되는 긍정적 시나리오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무인차로 미래에 여러 기회와 혼란이 동시에 펼쳐지겠지만 저자들이 펼치는 주장은 결국 하나로 요약된다. 최소 15~20년 안에 열대어 떼 같은 자율주행 무리를 보게 될 것이기에 그 변화의 흐름을 읽고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교통이란 방정식에서 인간 운전자를 빼내고 그 자리에 AI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집어 넣는 것으로 막대한 변화가 예고된다”며 “아폴로 11호가 달에 첫 발을 디딤으로써 인류가 다른 지평을 보게 했듯, 우리 사회 전체가 협력하면서 무인 자동차를 문화적 ‘아폴로 모멘트’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넥스트 모바일:자율주행혁명'. 사진/더퀘스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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