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계층이동 사다리는 복원될까
2017-05-25 06:00:00 2017-05-25 06:00:00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인선된 김동연 후보자의 인생사가 연일 화제다. 판잣집 소년 가장에서 장관, 대학 총장까지 역임한 그의 삶이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동연 후보자 시절에는 '계층이동 사다리'가 있었다. '교육'이라는 도구가 가난이라는 벽을 뛰어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은 거꾸로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명문대와 부모소득 상관관계가 뚜렷하다. 명문대 진학과 졸업 후 평생소득이 부모의 '부'와 연결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0~2015년 교육수준별 출생·사망·혼인·이혼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통계청이 관련 지표를 처음 냈는데 결혼과 출산에도 학력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내에서 조차 결과를 보고 '충격적이었다'는 반응이다. 고학력일수록 결혼과 출산을 꺼릴 줄 알았는데 정반대의 해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통계 분석을 살펴보면 저학력자의 삶이 고학력자보다 더 힘겨웠다.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결혼기피현상이 더욱 심각했고, 아이도 낳지 않았다. 고졸부부와 대졸부부가 맞벌이 해 버는 돈 차이가 워낙 커서 아이를 낳을 생각을 못한다는 것이다. 고졸 남성의 경우 밥벌이의 고달픔으로 결혼을 아예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대졸이상 남성의 1000명당 혼인은 2000년 32.8건에서 2015년 24.5건으로 줄어들었지만 고졸 혼인은 18.7건에서 9.8건으로, 중졸이하는 6.4건에서 3.6건으로 반토막 났다. 혼인건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학력차이에 따라 기울기 정도의 차이가 큰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사람중심'이라는 데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던 성장의 주역을 '사람'으로 삼고, 국민의 소득을 늘려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서민으로 흘러들어가게 한다는데 기대가 커지는 대목이다.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련 정책이 만들어지면 과거 정부에서 키웠던 양극화 수치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지난 20년 간 세계 각국에서 소득 재분배가 경제성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면서 한국의 경우 연평균 소득재분배 지표가 2010년대 들어 2.28점으로, 2000년대(2.32점)보다 악화돼 분배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의 계층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유아기부터 출발선의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첫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장에 김동연 아주대총장을 내정한 데도 양극화해소의 적임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동연 후보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다리 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 강연에서 "가치박탈을 많이 당해서, 이 사회를 뒤집어엎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며 "지금은 순화, 순치가 됐지만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가난의 대물림이 이어지지 않도록 저학력의 삶이 서글프지 않도록 그가 관료로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하면서 담아두고 있던 꿈을 이번 정부에서 펼쳐주길 기대해본다.
 
김하늬 정경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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