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업계가 '일자리 확대'에 올인 중인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비정규직 해소와 고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드 악재에 이어 최근 유통산업 규제 압박까지 이어지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새 정부 집권 초기인만큼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한 행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유통업계 특성상 단기 계약직 근로자들과 직접 고용하지 않는 용역사원 등의 비중이 큰 만큼 정부가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업계 스스로의 판단도 이 같은 행보를 부추기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한 가운데 민간 유통기업의 고용 정책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계열사 5000명을 비롯한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 명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5일 '롯데 가족경영·상생경영 및 창조적 노사문화 선포'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롯데는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라며 "롯데는 국내에서 (직간접으로) 3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장에 따른 고용 확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청년과 기성세대의 조화로운 고용을 추구하겠다"고 밝히며 정부 일자리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이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담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방안에는 5년간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장기적 계획도 포함돼 있다.
롯데는 지난해 1만3300명을 채용했다. 올해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등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고용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채용 목표를 1만5000명 이상으로 잡았다. 신세계는 2015년에는 1만4000명, 지난해에는 1만5000명을 채용했다. 작년 이상의 수준으로 올해 채용을 단행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신세계가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위드미는 우수 가맹경영주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정규직으로 선발된 가맹경영주는 기존 점포는 계속 운영하면서 본사 직원과 동일한 처우를 받게 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올해 채용 규모를 전년대비 소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약 250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에는 이보다 소폭 증가한 2600명을 채용하겠다는 내부 계획을 세운 상황이다.
홈플러스 역시 대형마트 영업 및 지원인력 단시간 근로자를 오는 2019년 3월까지 전일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복합쇼핑몰 입지와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 규제대상에 거론되며 녹록치 않은 사업 환경에 직면해있다. 이미 각 지역 상권들의 반발 과 갈등으로 새 먹거리로 내세운 유통영역 확장에도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화답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주된 시각이다. 새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을 경우 더 강도높은 규제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업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건 맞지만 일자리 확대는 매 정부 출범 초기 강조했던 사안인만큼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 압박 눈치 속에 고용확대 부담은 커지며 난국에 빠진 모양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월드타워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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