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정부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국면에서 무리한 남북대화 추진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물밑으로는 대화 노력을 병행하며 대화재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문 대통령은 30일 교황청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등 특사단을 만나 “경직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민간·종교·지자체 단계에서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묵주를 선물 받았다. 지난 24일 교황에게 보낸 친서에 대한 화답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교황청 외교사절 한국 파견 70주년을 기념해 김희중 의장을 특사로 파견했다. 지난 24일 김희중 의장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남북한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교황의 지지를 요청했다. 김 의장은 교황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대통령이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축복해주시고, 경색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볼 때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남북대화 재개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우회적으로 부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도해 달라’는 완곡한 표현에서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교황의 지원을 바라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읽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송영길 러시아 특사는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 남북한과 러시아 3국간 협력 재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는 시베리아 천연가스 등 자원, 북극 항로의 개발, 남북철도의 유럽 연결 등 미래를 위해 특별히 중요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강력한 수단으로써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또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전날 청문회에서도 “문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에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는 발언이나 문 대통령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는 발언에서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현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북한이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자제하면서 남북 간 부드러운 분위기가 조성되면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대화 재개는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마이웨이식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고 있어 당장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교황청특사단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물한 묵주를 받아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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