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3일 관내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서울시교육청 역시 외고·자사고 폐지로 가닥을 잡고 오는 28일 이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내 외고·자사고에 대한 폐지가 이미 결정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간 조희연 교육감이 강조한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교육철학에 비춰볼 때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시교육청은 일부의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아직까지는 조심스럽단 입장이다. 시교육청 은 “교육부 장관이 임명 절차를 밟는 중에 있고, 공약 실현의 구체적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자사고 폐지 등 고교 서열화 개혁을 위해 교육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바람직한 고교 체제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 2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제개편을 포함해 총 12개의 교육 변혁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조 교육감은 ‘제2의 고교평준화’를 위해 영재학교와 과학고 같은 특목고는 존속시키되 목적에 맞게 운영하고, 외고와 자사고는 일반고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마이스터고는 특성화고로 전환해 ‘특성화고-일반고-특목고’ 체제의 수평적 재편을 제안했다.
현재 시교육청은 영훈국제중을 비롯해 서울외고,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등 5곳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들 학교는 지난 2015년 운영성과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6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아 2년 후 재평가 결정을 받았다. 시교육청은 이에 대한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하고, 종합적인 고교체제 후속 개편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이 같은 외고·자사고 폐지 움직임은 새 정부 들어 더욱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알려진 대로 외고·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걸었던 교육공약인 동시에 이미 교육공약을 총괄했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상태다.
비록 인사청문회 검증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지만 벌써부터 진보교육감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서울 영등포구 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에 대해 “(외고·자사고 폐지는) 교육감들께서 하실 수 있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의 의지와도 궤를 같이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선거 때 공약으로 내세웠고, 토론을 거쳐서 기본적으로 이 부분은 공약대로 실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사고·특목고가 특별히 문제가 된 것은, 설립 취지와 다르게 사교육의 온상이 됐고, 그것도 고액 사교육을 유발하는 온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이후 정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교육감이 외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과의 ‘협의’가 아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새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을 감안한다면 큰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오는 7월까지 각 교육청으로부터 외고·자사고 재지정 평가결과를 제출 받고,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중으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한편, 전국에 자사고와 외고는 각각 46곳, 31곳이 있으며 서울에만 전체의 38%(자사고 23곳, 외고 6곳)가 몰려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2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초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국가 교육개혁 의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