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계 압박 “시간 많지 않다”
'자발적 변화' 재촉구 "일단 기다리겠다"…"정책수행 마다 않겠다" 통첩도
2017-07-17 14:17:50 2017-07-17 14:47:0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 관계자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대·중소기업 개혁이 자발적 변화로 이뤄져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에서 정부의 재벌개혁 관련해 법으로만 강제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며 '자발적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달 23일 4대그룹과의 면담에서 제안한 ‘포지티브 캠페인’의 연장선상이다. 그는 다만 “한국경제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며 “일단 기다리겠지만 이러다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섰을 때, 해야 할 일을 선별해서 정책적으로 수행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재계 스스로의 변화가 여의치 않으면 규제 수단도 강구하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4대그룹 전문경영인, 중소기업 단체장들과의 만남에 이어 이번까지 취임 후 3차례 재계와 접촉했다. 강력한 재벌개혁 정책이 예상됐지만, 그에 앞서 유연한 자세로 설득에 나섬으로써 한계를 파악하는 한편 향후 있을 정책 수단에 대한 명분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이 자산 5조원, 10조원 등 획일적 규제기준을 두고 있는데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며 “그룹 규모와 사업특성이 다른데 규제를 평균점에 두면 큰 그룹은 규제 효과가 없고 하위 그룹은 과잉규제가 돼 개혁 실패를 자초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력 집중 억제는 좀 더 포커싱해서 엄격하게 적용해야 효과적이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10대그룹, 4대그룹 집중 표현이 나왔다”며 상위 그룹에 정책 수단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 규모와 관계되지 않고 넓은 범위로 적용하되 방법은 사후적, 시장 접근적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진단한 한국경제는 저성장이 구조화됐다. 성장이 침체되고 인구구조가 급변하면서 분배도 약화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 갈 산업을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 정통 기간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는 경제정책 틀을 새롭게 설계했다. 재벌개혁을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본령은 하도급, 중소기업,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의 삶의 질 개선으로 잡았다. 대통령의 공약 1번도 일자리다. 김 위원장은 때문에 “중소기업에 공정한 경쟁기회가 보장돼 제대로 발전하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 제공은 어렵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보호가 요구되지만 자정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사업자단체도 스스로 지배구조를 투명화해 회원사에 대한 자율규제 기구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겪은 불행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 정책으로 다른 분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이것을 하지 말아야 할까 하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라며 “돕는 정책을 하되 다른 분들이 비용을 치르면 보완정책을 만드는 게 (바람직한)정부의 정책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원종훈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태종 한화 대표이사, 이우현 OCI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갑호 LG 부사장, 조영석 CJ 부사장, 박영춘 SK이노베이션 부사장,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회장, 신박제 엔엑스피반도체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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