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휴대전화 사업을 잠정 중단한 팬택의 특허 기술 일부가 애플에 넘어갔다. 팬택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스마트폰 관련 기술 및 특허가 매각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일이 우려되던 상황에서, 우려가 현실이 돼 업계의 시름이 깊어졌다.
19일 영국의 특허 전문 매체 아이에이엠(IAM)에 따르면, 애플은 특허관리 전문기업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로부터 총 11개 기술에 대한 특허를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 특허청(USPTO)의 기록을 보면, 특허 보유권자 변경 등록은 지난달 29일에 이뤄졌다.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특허관리 전문기업이다. 팬택이 특허를 처분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18일 설립됐다. 팬택의 특허 수익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파트너 회사로 추정된다. 특히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는 지식재산 거래와 라이선싱, 자산 유동화 등을 핵심 사업 목적으로 하는 '비실시 특허권자(NPE)'다. NPE는 '특허 괴물'로도 불린다. 대학, 연구소, 공익재단, 사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직접 특허를 사용하지 않고 이런 방식을 통해 특허 사업을 한다.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는 지난해 10월31일에 팬택이 보유 중인 미국 기술 특허 230건을 양도받은 바 있다.
팬택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특허 2036건과 해외 특허 1111건을 보유했다. 지난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지문인식 기능을 담은 스마트폰 '베가 LTE-A'를 출시하는 등 기술력 또한 우수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2015년 국내 통신장비업체 쏠리드에 인수, 가까스로 청산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지난해 59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급기야 쏠리드는 지난 5월11일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팬택은 3월 감사보고서에서 특허 수익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언급한 바 있으며, 향후 사물인터넷(IoT) 사업으로 재기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애플이 인수한 11건의 미국 특허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매입을 통해 기술유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향후 유출이 가속화될 것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팬택이 보유했던 특허가 앞으로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를 통해서나 혹은 다른 경로로 미국, 인도, 중국 등의 업체에 추가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각에서는 기술력이 부족한 신흥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팬택 특허에 관심을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사업을 잠정 중단한 팬택의 특허 기술 일부가 애플에 넘어갔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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