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유영덕(54) 목동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사회복지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한국어린이재단(현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뒤 28년간 줄곧 한길만 걸어왔다. 국내 최초의 복지관이기도 한 태화복지재단으로 자리를 옮긴 유 관장은 밤낮없이 현장을 누볐다. 실력을 인정받아 최고 관리자인 사무총장까지 역임했다. 내부 인사로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유 관장의 마음은 언제나 현장에 가 있었다. 때마침 좋은 기회에 지난해 2월 목동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맡아 현장으로 복귀했다. 사회복지학 박사이기도 한 김수영 양천구청장과 호흡을 맞추며 양천구에 필요한 복지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복지야말로 무너진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목동종합사회복지관의 역할과 규모는.
서울에 목동종합사회복지관과 같은 종합사회복지관이 98곳 있다. 그중 양천구에 5곳이 있다. 목동종합사회복지관은 목 2·3·4동 내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어려움을 지닌 지역주민의 욕구와 문제를 해결한다. 사례별 관리사업을 비롯해 지역주민이 서로 도우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조직화하고, 복지관에 다양한 이용 시설을 제공한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의 변화, 우리 사회 전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도록 하려고 한다. 현재 복지관은 지상6층, 지하2층 건물(연면적 1150평)로 이루어져 있는데, 총 4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사회복지사는 20명에 불과하다.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지역의 장애인복지관이나 노인복지관에 비해 적은 편이다. 적어도 사회복지사 4~5명은 충원하고 싶은 생각인데, 다행히 서울시에서 올해 하반기 각 복지관에 복지사 2명씩을 증원하기로 약속했다.
목동복지관의 중점 사업과제는 무엇인가.
사회복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옳은 방법으로 실천하는 전문분야다. 그래서 사회복지에는 반드시 시대정신이 투영돼야 한다. 가난했던 70~80년대 시절에 사회복지는 생계 해결에 초점을 맞춘 복지에 머물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의 사회복지는 생계해결 보다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기능과 역할이 있다. 이 같은 사회문제는 지역에도 존재한다. 목동종합사회복지관은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마을’이라는 기관 미션에 따라 주민이 주인 되는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이웃과 마을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지역사회를 재생하고, 마을을 살리는 일이다. 결국, 복지관이 추구하는 큰 방향은 지역주민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지역사회 문제와 어려운 지역주민을 도울 수 있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복지는 궁극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다. 이는 다시 말해 국가가 국민을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국가가 국민의 모든 것을 책임지기에는 재정과 자원의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부족한 부분은 민간영역과 시민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국가가 복지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만 지려고 하는 경향이 고착화돼가고 있다. 이제 복지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복지는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우리사회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정책은 ‘성장위주’ 정책에서 ‘분배위주’ 정책으로 변화돼야 한다. 또 소득 재분배를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에 있어 과감한 부자증세도 필요하다. 사회복지만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목적세로서 사회복지세를 도입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확충된 재원은 선별적복지가 아닌 보편적복지에 사용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정립돼야 하는가.
중앙정부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생계, 보육, 교육, 주거, 의료 등 큰 틀에서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된 복지를 책임지고, 지방정부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지역 내 다양한 시민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른 지역에 비해 그 지역에 더 심각한 사회문제나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지역별 맞춤형 복지를 실천해야 한다.
유영덕 목동종합사회복지관 관장(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복지관원들. 사진/목동종합사회복지관
지난 정부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로 결론 났다는 평가가 많다.
‘보편증세-보편복지’와 ‘선별증세-선별복지’ 중 어느 방향이 맞다고 보는가. ‘증세 없는 복지’는 당연히 허구다.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사회복지현장에서 28년 간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도 명확하다. 복지확충을 위한 재원확보는 사회복지의 기본가치인 ‘배분적 사회정의’와 ‘사회적 연대의식’이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본다면 너무도 당연한 결론으로 귀결된다. 당연히 ‘보편증세-보편복지’로 가야 한다. 사회복지사 중에도 ‘선별증세-선별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사회복지의 기본가치와 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데, 국민적 저항이 있다.
소위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북유럽국가들이 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연대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좀 더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에게 사회적 자원이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다. 본인도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사회적 연대의식에 기반을 둔 사회보장 시스템과 다른 사회구성원들의 도움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우리도 한번은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 즉 사회적 연대의식이란 우리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공화’에 해당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복지전문가로서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촛불혁명을 계기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실현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렇게 성취된 민주주의가 국민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제는 다 함께 더불어 잘사는 공화주의적 가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화주의적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조세정의와 경제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촛불 혁명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더 살기 좋은 양천구, 복지사각지대가 없는 양천구는 구청과 복지기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양천구의 모든 구민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양천구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사회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 가져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유영덕 목동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사진/목동종합사회복지관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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