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기업의 ‘덩치 값’과 사회적 책임
2017-08-07 08:00:00 2017-08-07 08:00:00
여기저기서 갑(甲)질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흔히 계약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나 서열이 앞선 자를 갑이라 하고 그렇지 못한 상대는 을로 칭한다. 갑질은 ‘갑이 을에게 행하는 부당행위의 통칭’인데 영어로 ‘과도한 힘의 사용(overuse one’s power)이다. ‘질’은 ‘질탕하게 놀다’ 즉 ‘신이 나서 정도가 지나치게 흥겹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갑질이 비난받는 이유는 갑의 행태가 본인에게는 흥겹다 해도 을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분하고 억울하다는 것이다.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갑질은 그간 ‘관행적으로 묵인’되어 온 갑의 특권이었을지 모른다. 다만 그것이 밀폐된 시스템이나 갑을 당사자관계 내에서만 행해지고 회자되었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일부 갑질이 선량하고 성실한 다수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명기업의 갑질은 기업의 경영성과나 영업실적과 무관하게 기업이나 기업주의 행태로 인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갑질 여부로 기업을 구분한다면 오뚜기나 유한양행과 같은 모범기업군과 또 하나는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프랜차이즈나 대기업오너 등이 보여주는 갑질기업군이 아닐까.
 
우리사회에는 많은 모범기업이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오뚜기는 그중의 하나다. 중견규모의 장수기업으로써 재계순위로 따지면 100위권밖에 있지만 국내 상위 14개 그룹수장과 함께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다. 그 이유는 모범적인 정규직화를 실현하여 비정규직은 단 1%에 불과하고 서민이 즐겨먹는 라면 값을 10년간 동결시키는가 하면 1,5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원칙대로 납부하는 등 누가 봐도 흐뭇한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 기업보다 매출이나 유명세에서 뒤지지 않음에도 다른 이유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이른바 이들의 관행적 '갑질'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법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라면 그저 덩치를 키우고 고용하고 세금 내는 기본적 역할을 하면 될 터인데 '착한 기업'인지 아닌지가 새로운 평가를 받는 것이다.  
 
최근의 상황은 ‘기업은 사회에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간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고 규모를 키우면 성공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반영하듯 "기업은 매출이 인격"이라는 말이 오가기도 한다. 기업이 어느 정도 크면 사회적 명성도 오르고 영향력도 커진다. 특히 성공한 기업인은 보람도 얻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사람들에게 꿈을 준다. 사회적 신망은 기업의 브랜드가치도 높인다. 그러나 기업의 명예나 영향력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바로 이 점에서 대규모로 성장한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오너 리스크(Owner Risk)를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0년 11월 1일 발표한 국제표준에도 정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각종 활동이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과 책임을 정한 것이다. 조직이 행해야 할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거래, 소비자문제, 공동체 참여 및 개발 등 7대 의제의 실행지침과 권고사항 등을 담고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본사나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등은 비즈니스행태에 관한 문제이다. 대기업회장의 운전원이나 직원에 대한 우월적 지위에서의 막말이나 보복적인 행동 등 갑질은 소위 대표자의 독선과 잘못된 행태로 인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는 일종의 오너 리스크다. 모두가 사회적 책임에 관한 것으로서 소홀히 하면 기업의 명예나 대외적인 신뢰도가 떨어진다. 사회적 비난에 그치지 않고 주가폭락이나 불매운동으로도 이어지며 이차적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도 피해를 가져다준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여 기업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며 기업의 잘못이 샅샅이 파헤쳐지고 전파됨으로써 그간 쌓아온 명성과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된다. 사회적 책임은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점검하는 데서 비롯된다.
 
한 중견벤처기업인의 말이 생각난다. 기업의 성공은 청산하기 전까지 장담할 수 없으며 가장 성공한 기업가는 그간 이룬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탄생한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성공판정을 받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이라는 의미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기업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하다보면 “더욱 더”라는 유혹에 빠지고 성취감은 자칫 오만과 독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대기업 등 성공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말은 쉽게 말해 주변을 챙기며 ‘덩치 값’을 하라는 말이다.
 
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