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근접한 북한…한반도 정세 '시계제로'
북, 미국과 직접 거래 요구 ‘벼랑 끝’ 전략…청와대 "대북 압박·제재 강도 높아질 것"
2017-09-03 18:38:16 2017-09-03 18:38:16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북한은 3일 지난해 9월9일 이후 1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특히 북한은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며 미국을 노골적으로 겨냥해, 사실상 미국의 ‘레드라인’에 근접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 과학자들은 9월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6번째로, 지난해 9월 감행한 5차 핵실험 이후 약 1년 만이며 문재인정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핵실험이다.
 
사실 한·미 정보당국은 오는 9일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을 앞두고 추가 핵실험 감행 가능성을 예상하고 북한의 동향을 살펴왔다. 올 초 함경북도 길주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로운 터널이 굴착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추가 핵실험은 사실상 예고돼 왔다.
 
결국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미국과 직접 거래를 요구하는 ‘일종의 벼랑 끝’ 전략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친 ICBM 시험발사, 8월의 미국령인 ‘괌 포위 사격’ 발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상공을 통과시켜 북태평양에 쏘아올린 것 등 역시 그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역대 최대규모의 핵실험을 단행하고,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은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의 위치를 요구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수소폭탄은 수소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핵무기로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력적인 무기로 평가된다. 기존 북한이 실험해온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이용한 ‘핵분열’ 원자폭탄과 비교해 그 위력은 수십에서 수백 배로 월등하다.
 
현재 공식적인 핵 보유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에 불과하고 비공식 보유국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정도인 상황에서, 북한이 새로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다면 국면은 전혀 새로운 양상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정식 핵 보유국으로 인정되거나, 혹은 비공식 보유국 지위를 묵인받는다면 당장 핵 개발을 이유로 북한에 가해진 각종 국제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노림수 역시 여기에 있다. 또 핵이 대표적인 비대칭적 무기인 점을 감안하면 남북한 관계는 물론 한반도 주변 안보정세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 등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게 되면 북한과 비슷한 상황의 국가들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 전세계적인 ‘핵 확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북한 핵무장이 일본의 핵무장 등 동북아 군사경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미국이 ‘예방적 전쟁’을 통해 북한 ‘레짐체인지’에 나서고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묵인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핵실험에 대해 “북한 발표 내용을 보면 완성단계 진입이라고 했다”며 “완성단계가 아니라는 이야기”라며 아직 ‘레드라인’은 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놨다.
 
이 관계자는 “대북정책에 대해 긴호흡으로 봐야 한다. 전략적 목표와 전술단계 대응들은 분명 다르다”면서 “북한이 우리에 대해 계속 도발한다고 할 때 아무래도 대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거다. 도발 강도에 따라 최대한 우리의 압박과 제재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 도발에 대한 구체적인 ‘최고의 강한’ 응징에 대해선 “전술핵 배치나 핵무장 논의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3일 청와대 대브리핑룸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단행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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