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헌법재판관 공백, 더 이상은 안 된다
2017-10-20 06:00:00 2017-10-20 06:00:00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인 유 후보자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법원 내 대표적인 헌법 전문가로 통한다. 유 후보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기본권 보호와 헌법 수호를 위해 맡겨진 소임을 정성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 후보자가 결격 사유 없이 인사청문회에서 통과하면 헌법재판소는 비로소 9인 체제를 갖추게 된다. 7인 또는 8인 체제에 허덕였던 약 9개월만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그간 헌재는 지난 1월31일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재판관 공백 문제에 직면해왔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장미대선' 등이 맞물린 결과지만 지명된 재판관 후보자 사퇴와 국회 임명 동의안 부결 등 예상치 못한 풍파를 겪은 탓도 컸다.
 
양승태 대법관은 소장 권한대행을 맡은 이정미 전 재판관이 3월13일 퇴임하기 일주일 전 이선애 재판관을 지명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준비 등 임명 절차를 밟느라 이 재판관이 취임한 3월29일까지 약 2주간 7인 체제로 운영됐다. 7인 체제에서 재판관이 한 명만 더 빠져도 정족수 미달로 심리를 진행할 수 없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살얼음 위를 걷듯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공석인 재판관 자리를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유 후보자 지명 이전에 이유정 변호사가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이번엔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변호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로 수억원의 차익을 낸 의혹 등이 번지자 지명 2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헌재 재판관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바람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헌재소장으로 지명된 김이수 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헌정 초유의 사태에 여당은 당혹감을 보였고 야당은 환호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새로운 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대신 김 권한대행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야당은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며 반발했다. 헌재 재판관 체제에 정쟁이 개입되는 모양새다.
 
유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재판관에 취임하면 새로운 헌재소장으로 지명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소장 임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9인 체제의 유지다. 최고 실정법인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재의 재판관 공백이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꽤 많은 시간을 불완전하게 보낸 만큼 정치적 이유 등으로 헌재를 흔드는 일도 없어야 한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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