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공판에 들어가면 판사가 피고인의 정상을 참작할 때 그 근거로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간 피고인이 공판에 임한 자세 등에 비춰봤을 때 반성한다고 판단해 처벌 수위를 다소 낮춰주는 것이다. 형량 문제를 떠나 기소돼 재판을 치르는 것 자체에 대해 피고인이 '무거운 마음'을 가지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다.
하물며 행동 하나하나가 관심을 받는 저명한 인물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굳이 또 구설에 오를 이유가 없기에 설사 그것이 눈에 보이는 반성이라도 조용히 재판에 임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지난 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공판 도중 일어난 일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3일 자신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의 신문 도중 여러 차례 고개를 젓거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재판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신 위원장 발언에 불만을 비추는 행동에 재판장은 "증인 신문할 때 액션하지 말라. 분명히 경고한다. 더 그런 일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박 전 이사장도 11일 자신의 공판에서 재판장이 증인 곽모씨에게 신문할 때 수차례 혼잣말을 하다가 혼쭐이 났다. 곽씨 발언에 불만을 드러내는 듯한 행위에 재판장은 "지금 말소리가 들리는데 피고인이 한 것이냐"며 주의를 줬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은 "제가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랬다. 죄송하다"고 말을 이었고 재판장은 "조용히 하라고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다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7월 재판 도중 변호인 휴대폰을 사용하자 재판부는 "스마트폰을 피고인에게 보여주는 것은 규칙에 어긋난다. 특히 유의해달라"고 지적했다. 최순실씨 역시 6월 재판 도중 휴대폰을 작동하다가 주의를 받았다.
일반 공판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태도 불량' 사례가 국민적 관심을 받는 대상의 재판에서 계속 나오는 것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피고인이 금지 행위를 하는 것은 자칫 재판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다. 더군다나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이들의 '실수'는 단순한 실수로 해석되지 않는다. 저명한 피고인일수록 이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다른 재판도 아닌 자신들의 혐의를 판단하는 장이 아닌가.
김광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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