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본격화?…김상조-5대그룹 2차면담 '분수령'
김상조, 최후통첩 발언으로 압박…재벌들은 미지근, 일부는 대결 의지도
2017-10-25 16:48:51 2017-10-25 17:22:0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끝내 재벌개혁 전선이 펼쳐질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자발적 개혁을 주문했지만 재벌들은 미동이 없다. 데드라인을 제시했음에도 그룹들은 바쁜 기색 없이 온도차를 보인다. '기한을 넘기면 법적제재뿐'이란 공정위 으름장은 갈등으로 격화되면서 시한폭탄이 됐다.
 
5대그룹 관계자는 25일 “2일 (김 위원장과의)면담은 확정됐다”며 “무슨 얘길 할 것인지 공정위가 아직 대한상의에 아젠다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딱히 준비하는 게 없다는 얘기다. 지난 6월 1차 면담 후 4대그룹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모범사례를 발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협력사 현금결제 및 기술협력 확대 방안이 뒤따랐다. 하지만 지배구조 측면의 대안은 딱히 없었다. 김 위원장은 한 강연에서 “(11월에)다시 당부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은 오는 31일 이사회를 앞두고 사장단 인사를 실시해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대두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후임 인사와 함께 이전 미래전략실 역할을 대신할 컨트롤타워 부활 전망도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과 함께 현대차도 “기업 전반의 전략을 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은 미전실 부활에 따른 사회 비판여론을 고려해 투명성 및 책임경영 확보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를 보는 시각엔 보다 날이 서 있다.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평가다. “모든 가신들이 회장만 받드는 구도”라고도 했다. 공정위는 최근 현대차의 중소 하도급 업체 기술탈취 재조사에 착수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SK와 LG는 이동통신사의 시장 독과점 문제, 특히 무약정폰 가격 담합 문제를 공정위가 들여다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다단계 판매 행위에 대한 조사도 리스크로 작동한다. 두 그룹은 공통적으로 브랜드 수수료가 부적절하다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롯데는 지주전환 과제를 풀고 있지만, 호텔신라와 함께 공항 면세점 담합 혐의가 공정위 수사망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와 함께 협력사 거래관행 등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해 왔으며, 12월을 1차 데드라인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한 움직임이 미흡하면 강도 높은 사익편취 규제와 경제민주화 입법활동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최근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에 대한 입법 논의를 시작했다.
 
재계는 그러나 미온적인 반응이다. 5대그룹 관계자는 “면담 한 번에 모든 게 바뀔 순 없다”며 “1차 면담은 상견례였고, 구체적 얘기는 2차 면담에서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등이 절대선이 아니란 것은 각 계에서 지적한 부분이고, (공정위가)청부입법을 해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대결 의지를 보였다. 이에 비해 김 위원장은 “인내심을 갖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며 최후통첩성 발언들을 내놨다.
 
한편, 이번 면담에 삼성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은 1차 면담의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이 그대로 참석할 전망이다. 삼성은 권 부회장의 후임 인사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롯데도 다른 그룹들과 격을 맞춰 대표자를 조율하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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