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LG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기대를 모았던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 구광모 상무는 승진 대상에서 빠졌다. 구본준 회장의 징검다리 체제가 생각보다 길어지게 됐다. 주력 계열사들 모두 호실적을 낸 만큼 성과주의도 인사에 반영됐다. 다만,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부진의 늪에 빠진 LG전자 모바일사업 수장은 교체됐다. 황정환 부사장이 그 부담을 짊어진 가운데 조준호 전 MC사업본부장은 LG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LG는 3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2018년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총수일가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하현회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 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주)LG 대표이사를 맡은 뒤 전략적인 통찰력과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사업구조 고도화 및 계열사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최대 관전 포인트였던 구광모 상무는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LG전자의 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LG 측은 "빠른 승진보다는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 원칙과 전통에 따라 현장에서 사업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간판인 LG전자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2018년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사장 3명, 부사장 3명, 전무 16명, 상무 40명 등 총 67명에 대한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승진 규모는 역대 최대로,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현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인재들을 대거 선발했다. 승진자 중에서는 여성 3명, 외국인 1명이 포함되면서 조직 내 변화와 혁신도 가속화됐다. 성과주의의 대표적인 예가 사장으로 승진한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이다. 그는 OLED TV를 앞세워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을 선도, 올해 사상 최대 성과를 거둔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인사에서 승진했다. HE사업본부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4580억원, 영업이익률 9.9%를 달성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반면 MC사업본부 수장은 10분기 연속 적자 끝에 교체됐다. 신임 MC사업본부장에는 황정환 MC단말사업부장이 임명되고, 조준호 전 사업본부장은 LG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마저도 구본무 회장의 신임이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조 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MC사업본부장을 맡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해 왔지만, 2015년 2분기부터 적자의 늪에 빠졌다. MC사업본부의 영업적자 규모는 2015년 1196억원에서 지난해 1조2591억원으로 10배 이상 커졌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2억원에 그치며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2분기 1324억원과 3분기 375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자질론에 시달렸다. 혁신으로 평가받던 모듈폰 G5도 수율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험에 그쳤다.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LG전자는 B2B 및 융복합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B2B사업본부를 신설했다. B2B사업본부장은 ID사업부장을 맡았던 권순황 사장이 맡는다. 사업본부는 기존 4개에서 5개로 늘어났다. 또 스마트폰·TV·자동차 부품 등 각 사업본부의 제품을 연결하는 한편,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등 전사 차원에서 융복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융복합사업개발센터도 신설했다. 센터는 CEO 직속으로 운영되며, 센터장은 황정환 신임 MC사업본부장이 겸임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전자 본사.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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